[e테크]저장기술-상용화 추이; 저장밀도 눈부신 발전

저장 기술의 상용화는 수요 요인, 일반 제약, 경쟁 기술, 규제 요소, 필요 자원, 상승 효과 기술 등의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수요 요인=저장 매체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지금까지 충분치 않았다. 최초의 IBM 저장 디스크인 라막(RAMAC)은 용량이 5메가바이트였는데 크기는 지름이 24인치나 되는 대형 디스크 50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HDD는 3.5인치 디스크 한두장에 수십 기가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다. 지난 50년대 45vpm 속도의 음악 디스크는 한 면당 최대 5분간 재생할 수 있었던 데 비해 요즘의 CD는 한 면에 75분간 재생이 가능하다. 또 오늘날 PC 디스크 드라이브의 저장 밀도는 최대 제곱인치당 15기가비트다. 그런데 시게이트는 제곱인치당 저장 밀도가 45기가비트가 되는 매체의 시제품을 개발했다.

 이처럼 저장 밀도가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장 공간과 가격 때문에 수요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의 확산으로 메모리 용량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2년 안에 AV(Audio Video)HDD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1시간짜리 TV 프로그램은 1기가바이트의 저장용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HDTV가 나오면 그 수요는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제약=저장기술 업계는 스스로 저장 밀도를 높이고 접속시간을 빠르게 하며 용량을 더 크게 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데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리고 자기저장 기술과 광저장 기술은 서로 어느 정도의 경쟁을 벌이면서 각자의 시장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들 기술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특히 디스크 드라이브의 규격이 점차 작아지고 HDD와 광 디스크 드라이브가 휴대형 전자제품 부문에서 플래시메모리와 경쟁을 하게 됨에 따라 시장 경계는 더욱 희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 기술=저장 기술은 컴퓨터, 가상공간, 휴대형 전자제품과 같은 많은 최

근 기술 제품의 부품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부 경쟁자도 없다. 저장 기술은 많은 기존 기술과의 경쟁에서 그들을 물리쳤다. 인쇄된 문자는 즉시성과 긴 수명 그리고 소비자들의 보수주의 때문에 존속되고 있다. 전자카메라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필름과 사진이 존속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진을 갖기를 바라고 여러 사람이 즉시 나누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다른 기술보다 저장 기술간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요소=규제 요소에는 저작권 보호와 DVD업계의 분열 문제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장 기술은 규제를 별로 받지 않다가 이후 음악을 CDRW에 녹음하고 영화를 DVD에 녹화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녹음 시스템의 개발로 소비자들이 직접 높은 품질의 녹음을 할 수 있게 되고 가전업계와 음반업계는 가정 디지털 녹음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직접 녹음할 수 있게 되면 앨범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디지털 녹음장비에 2%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공(空)디지털 카세트와 오디오 광 디스크에는 3%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징수된 자금은 음반회사, 공연자, 작사·작곡자, 협회 등에 분배하도록 돼 있다.

 새로운 광 저장매체, 특히 CDR와 CDRW 제작 및 판매업체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불법복제다. ‘음향가정녹음법’이 제정돼 불법 2차 녹음이 규제되고 있으나 이후 MP3가 등장해 누구나 인터넷에서 원하는 음악을 내려받아 CDR에 녹음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야기됐다. 게다가 머지않아 영화도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게 되면 DVD업체들도 불법복제 문제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또 HDD도 AVHDD기술이 가전분야에 채용됨에 따라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만일 이 새로운 기술로 말미암아 매출이 감소하게되면 광고 및 TV 업체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히타치, 마쓰시타, 소니, 필립스, 톰슨, 타임워너를 비롯한 세계 주요 10개 DVD업체들은 포럼을 결성해 기술표준을 채택하고 시장개척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후 소니, 필립스, 휴렛패커드 등 이른바 ‘변절업체’들이 협약을 어기고 3사 공동의 재기록 가능 DVD포맷을 발표했다. 이는 다른 업체들의 포맷과 호환이 되지 않아서 사용자들의 혼란도 야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DVD는 HDD에 시장을 뺏길 위험성이 있다.

 ◇필요 자원=세계 HDD업계는 경쟁이 치열해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은 업체들이 탈락하고 이제 8개 업체만 남아 있다. 세계 HDD시장의 98%를 이들이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로운 HDD기술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연구개발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하는데 신규 업체가 이 시장에 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령 자금력이 든든한 엑슨이 몇 년 전에 자기 헤드 사업을 추진했으나 포기한 일이 있다.

 이와 달리 광저장 기술 부문에서는 소수의 대형 업체(주로 일본 업체)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신규 업체들의 진출기회가 아직 많이 있다. 가령 미국의 신생기업인 데이터플레이는 디스크 크기가 1제곱인치 정도 되는 소형 광 디스크 드라이브를 개발하고 이 시장에 진출했다.

 새로운 기술은 신규 업체로부터 나온다. 기존 업체의 연구소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자사의 기존 기술과 경쟁을 벌일 만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기존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저장 밀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신생기업인 나노칩이 마이크로 전자기계 구조 기술을 이용해 고저장 밀도의 HDD를 개발하고 있는 한편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3D(C3D)는 형광물질을 이용해 다층 광 디스크에 정보를 저장

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상승작용 기술=리소그래피(lithography), 레이저, 플래시메모리 등은 저장 기술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자기저장 기술은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자기 헤드를 생산하는 데는 리소그래피 기술이 필요하다. 반도체업체들이 HDD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칩을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칩 기술은 HDD가 필요로 하는 기술보다 항상 앞서가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또 청색, 자색, 자외선 등 파장이 짧은 레이저는 광 디스크의 저장 밀도를 높여준다.

 플래시메모리는 노트북PC, PDA를 포함하는 여러 가지 응용 제품에서 광 및 자기 저장 기술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의 DRAM과 달리 플래시메모리 칩은 데이터를 불휘발성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저장된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한 건전지 백업이 필요치 않다. 반도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플래시메모리의 밀도와 접속시간도 향상되며 가격은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