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출신 CEO `맹활약`

 인터넷업계에 ‘수익모델 창출’과 ‘글로벌 마케팅’이 당면과제로 떠오르면서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와 풍부한 경험을 갖춘 대기업 고위 임원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업계에 두각을 나타낸 대기업 출신은 주로 20∼30대의 실무자급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는 시점에 맞춰 대기업에서 수십년간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잔뼈가 굵은 고위직 출신들이 최고경영자로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황=현재 대기업 고위직 임원을 거쳐 인터넷업계에 입문, 활약 중인 대표적인 전문CEO는 검색엔진업체인 코리아와이즈넛의 추호석 사장. 전형적인 ‘대우맨’으로 대우중공업 사장까지 역임한 추 사장은 올 봄 창업자인 재미 벤처기업가 윤여걸씨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이 회사 CEO로 입사해 최근 검색엔진사업과 인터넷 솔루션 해외마케팅 대행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서서히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전무를 거쳐 웹호스팅업체인 호스텍글로벌(구 동미테크) 전문CEO로 탈바꿈한 박재천 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무선인터넷 토털솔루션업체인 필링크의 우승술 사장(한국통신), 한국사이버페이먼트 이성용 사장(비씨카드) 등 경험과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대기업 출신 전문CEO들이 인터넷업계에 새 바람을 몰고오고 있다.

 ◇배경=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CEO들이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이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다. 수십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기업의 부침을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경영안정과 조직력 극대화에 ‘만점’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도 이들의 강점이다. 비즈니스 특성상 네트워크가 특히 중시되는 인터넷업체로서는 젊은 CEO보다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대기업 출신들이 적격인 셈이다. 이는 곧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도 매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닷컴기업을 창업한 A사 사장은 “‘인터넷은 제휴의 비즈니스’라 불릴 정도로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네트워크가 취약해 경영상의 애로점이 많다”며 “현재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전문CEO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전망=CEO이자 오너로 인터넷기업을 경영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수익모델 창출과 마케팅 면에서 한계에 봉착하면서 앞으로 대기업 간부 출신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전략이 닷컴업계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의 몸값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기업구조조정으로 대기업 임원들의 퇴직이 잇따르면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인터넷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져 인터넷업계 전반에 대기업 간부 출신 전문CEO들의 활약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인터넷 업계의 판도는 젊음과 패기로 똘똘 뭉친 20∼30대 젊은 CEO들과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출신 40∼50대 전문CEO들간의 한판 승부가 또다른 관심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