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운영CRM 도입 주춤

 금융기관의 운영CRM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CRM은 크게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기반으로 하는 분석CRM과 DW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운영CRM으로 나뉜다. 분석CRM과 운영CRM 중 어느 것을 먼저 구축하느냐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금융기관이 고객데이터를 가공분석해 각종 프로모션을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운영CRM이라 할 수 있는 ‘캠페인관리솔루션’ 도입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자체개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은행들이 운영CRM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자체기술로 해결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CRM에 대한 확신 부재=대부분의 정보기술(IT) 솔루션이 그렇듯 CRM에서도 기술을 선도해야 할 금융기관이 이렇게 차기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정체기’에 있는 것은 △구체적인 전략없이 DW의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다 △CRM의 진행상황 및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전반적인 경기침체 및 구조조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행 DW는 정보계 데이터들을 포토카피 수준으로 담아놓은 것으로 마케팅에서 필요로 하는 정제된 형태의 정보항목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 DW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계획없이 데이터를 설계함으로써 CRM과의 연결고리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D&I컨설팅 박태원 사장은 “DW가 정보기술(IT) 관점에서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고객관리에 필요한 항목이 들어있지 않아 고심하는 금융기관이 많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H증권과 K은행·L증권은 우선 DW에 대한 지속적인 보강 및 안정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일부기관은 DW에 적재돼 있는 데이터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메타데이터 관리솔루션 도입에 나서는 등 DW정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자체개발(In-House)의 자신감=주택은행을 비롯한 외환은행·LG투자증권은 외부 패키지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개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데이터모델링 설계부터 삼성SDS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외환은행은 외산 캠페인관리솔루션들이 자행의 업무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삼성SDS를 주축으로 자체개발하기로 하고 현재 업무분석단계에 있다. 지난 3월 DW 프로젝트를 완료한 LG투자증권도 가공된 자료를 고객접점에 있는 직원에게 보여주고 프로모션 전개에 필요한 캠페인관리솔루션을 자체개발할 계획이다.

 이에대해 관계자들은 “외산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국내실정에 맞지 않는데다 도입하더라도 대량의 커스터마이징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라리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며 “특히 현업직원들의 실제활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내부에서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의견=관련업계에서는 금융기관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일단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CRM시장이 주춤거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자체개발이건, DW 정비이건 간에 금융기관 스스로 CRM의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금융기관에 조언을 제공하며 장기 수요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고객중심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필수”라고 전제하고 “CRM용 데이터마트를 별도구성한 다음 데이터마트에서 만들어진 정보항목을 DW에 넘겨주는 매핑작업을 거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