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30)DB학계

 데이터베이스(DB)는 정보시스템 운영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핵심 인프라 소프트웨어(SW)로 각광받고 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데이터가 DB상에서 저장, 운영, 관리될 뿐만 아니라 ERP, CRM 등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각종 정보시스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DB다. 특히 데이터의 활용 및 관리를 극대화시킨 측면 이외에도 현재 IT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DB의 산업적인 의미는 상당하다.

 세계 DB시장 규모가 연간 100억달러에 이르고 DB가 파생시키는 각종 IT산업은 이 수치의 10배 이상에 이르는 것만 봐도 DB가 IT산업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이같은 DB의 중요성 때문에 오라클, MS, IBM 등 유수의 IT기업들은 DB분야에 매년 수억∼수십억달러씩을 투자하며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도 80년대부터 DB엔진과 응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내수 시장의 80∼90%를 외산이 잠식하고 있지만 국산 DB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상용화 작업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컴퓨터통신, 윈베이스, 알티베이스, 티아이엠시스템, 리얼시스텍 등 민간 DB사업 주체들이 수적으로 크게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 등 운신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국내 DB산업과 국산 DB 기술이 큰 발전을 이룬 데는 무엇보다 DB분야에 10년 이상 몸담아 온 교수진들의 공로가 크다. 특히 DB 기술은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SW와는 달리 시스템SW로 고난도의 연구개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어느 분야보다 학계의 역할이 막중하다. 때문에 민간 사업주체들도 대부분 DB전문 교수를 기술자문 등으로 삼고 R&D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DB학계에는 100여명 가량의 교수진들이 포진해있다. 국내 DB관련 교수들은 상당수가 서울대-KAIST 인맥으로 이뤄져 있으며 ETRI의 바다DB 개발 프로젝트와 직간접적으로 맺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한국정보과학회 DB연구회의 회원 및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교수진은 80년대부터 DB엔진을 직접 개발하거나 민간 사업자의 DB관련 R&D를 지원하며 국내 DB산업과 기술분야를 이끌고 있다. 또 DB랩을 만들어 수백명에 이르는 석사, 박사급 DB인력을 배출하면서 DB 연구의 맥을 잇는 후학양성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XML DB, 인터넷DB, GIS DB 등 새롭게 부상하는 DB기술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해 DB사업 주체로 뛰고 있는 교수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인하대 전자계산학과 배해영 교수(53)는 박사급 16명, 석사급 100여명의 DB인력을 배출한 손꼽히는 DB연구자 가운데 하나다. 배 교수는 인하대학교 학사, 연세대 석사, 숭실대 박사를 거친 국내파로 82년부터 모교인 인하대에서 DB 후학양성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GIS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국가 GIS표준화 위원, 정보통신부 국가 GIS 기술개발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정보통신부 지정 지능형 GIS연구센터장, 한국GIS 전문가협회 회장, 국가GIS 추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GIS분야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배 교수는 86년 관계형DB인 코레드 개발을 시작으로 91년 코레드에 GIS기술을 접목시킨 코레드/지오, 94년 데스크톱GIS 지오마니아, 95년 웹GIS인 지오웹, 2001년 분산 공간DB시스템인 지오밀레니엄 개발 등 다수의 DB관련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90년부터 KAIST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황규영 교수(50) 역시 DB연구개발 분야에서 손꼽히는 대가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석사, 스탠퍼드대학 박사를 거친 황 교수는 20년 이상을 오로지 DB 한우물만을 파온 전문가로 국내외 대표적인 DB 학회지 및 저널에 265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돋보이는 연구활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DB 톱저널과 세계 3대 DB학술대회 모두에서 연구실적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VLDB 국제학술재단의 이사로 선출된 것을 비롯, 각종 국제단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황 교수가 제품 개발 및 산업계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95년 객체지향 멀티미디어DB인 오디세우스에 이어 97년 정보검색기능을 결합한 오디세우스/IR를 개발했으며 SW등록 20건, 특허등록 4건, 국내외 특허출원 10건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특히 오디세우스/IR의 경우 네이버의 웹문서 검색시스템에 장착,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사업 성공에 큰 역할을 했으며 네오위즈의 세이클럽 검색엔진으로도 채택되는 등 산업계와 학계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황 교수와 함께 KAIST에 몸담고 있는 이윤준 교수와 문송천 교수도 오랜 기간 DB연구자로 국내 DB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 온 인물들이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문송천 교수(49)는 분산, 클러스터링 DB분야에서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문 교수는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수학물리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 컴퓨터사이언스 박사를 거쳤으며 DB뿐만 아니라 전자·정보통신 등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논스톱 데이터모델링 방법론, 관계형DB 엔진인 IM, 분산 DB엔진인 DIME 등을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총 168편의 논문을 쓰고 23명의 박사급 인력을 배출했다.

 문 교수는 96년부터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유럽정보과학회 유로마이크로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IT산업의 큰 이슈였던 IMT2000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특히 91년부터 최근 10년 동안에는 한국국제협력단 파견 컴퓨터전문가로서 니카라과, 루마니아, 케냐, 캄보디아 등을 돌며 국내 컴퓨터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프런티어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학사, KAIST 전산학과 석사, 프랑스 그레노블대학 공학박사를 거친 이윤준 교수(47)는 DB시스템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84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해 연구개발 및 후학양성에 힘쏟고 있으며 각종 DB단체 및 학회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김진호 강원대 교수를 비롯해 박사 14명과 석사 47명 등이 이 교수가 배출한 인력들이다.

 특히 89년부터 20여개에 이르는 기업 및 기관에 DB 및 전산화 관련 자문활동을 수행했으며 한국컴퓨터통신 기술자문을 비롯해 아이티벤처, 아라기술 등으로부터 위탁과제를 수행하는 등 산학협력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가 수행한 주요 프로젝트는 바다DBMS의 자료접근블록 구현, DB게이트웨이 개발, 객체지향 실시간 DB시스템 개발, 스트림데이터 저장서버, 인터넷캐시 개발 등이 있으며 같은 학교 김명호 교수와 함께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내놓는 등 집필활동에도 열심이다.

 서강대 박석 교수(45)는 보안, 실시간DB, 디지털 라이브러리 분야에서 많은 연구개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급 DB전문가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전산학 석사 및 박사를 거쳤으며 국제 학술회의 발표 31회, 국제 전문학술지 논문 10편 발표 등 다수의 연구결과물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정보과학회 DB연구회 운영자문위원, 정보통신기술협회 데이터관리반 위원장, 정보통신 사이버대학 협의회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특히 ITC/JTC1 SC32에서 국제 표준작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5명의 박사와 61명의 석사급 인력을 배출했으며 30여개에 이르는 주요 시스템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또는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주요 프로젝트로는 웹자원의 통합 서비스를 지원하는 미디에이터 시스템 개발, 인트라넷 환경에 적용가능한 역할기반 접근제어 미들웨어 프로토타입 개발, 웹기반 시스템의 핵심SW 기술연구, 역할기반 상호보안 DB시스템 개발 연구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차상균 교수(43)는 메인메모리DB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와 제어계측공학 석사를 거쳐 91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에서 DB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데이콤 연구원, 미국 TI사 인턴연구원, IBM 팰러앨토 연구원, HP랩 연구원 등 세계 유수의 민간연구소에 재직한 경험 때문에 시장흐름과 기술 및 산업트렌드에 대해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다.

 차 교수는 HP랩에서 메인메모리 프로젝트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ETRI로부터 위탁과제를 받아 Mr.RT라는 메모리상주형 DB를 개발했으며 이것이 현재 국내 메인메모리DB 민간사업주체가 확산되는 모태가 됐다는 점에서 DB산업에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최근에는 P*타임이라는 신개념 메인메모리DB를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티아이엠시스템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8월부터 1년간 스탠퍼드대 전산학과 방문교수로 활동하게 되며 이 기간에 티아이엠의 미국시장 진출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KAIST 김명호 교수, 숭실대 이상호 교수, 공주대 김창석 교수는 모두 60년생 41세 동갑내기로 국내 DB학계를 든든하게 받치는 허리역할을 튼실하게 해내고 있다.

 KAIST 전산학과 김명호 교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 학사 및 석사를 거쳐 미시간 주립대에서 전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DB전문가로 분산처리, 워크플로, 온라인 트랜잭션 처리, 정보검색 등을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 ACM SIGMOD, DEXA 등 권위있는 국제학술대회에 56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연구 결과물을 갖고 있다. 웹기반 정보검색 및 관리시스템 개발을 비롯해 각종 미들웨어 프로젝트 등 김 교수가 수행한 산학연 프로젝트는 30여건이 넘는다. 박사 8명을 비롯해 석사 29명 등의 DB전문인력을 배출했으며 서울시 소방본부 등 다수의 공공기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숭실대 이상호 교수는 DB학계에서 DB성능관리라는 연구분야를 정착시킨 주역이다. 대부분 연구자들이 DB엔진이나 응용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는 데 반해 DB의 기능과 성능을 최적화해 활용도를 높이는 분야에서는 이 교수가 독보적인 존재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교수는 ETRI 선임연구원, 미국 조지메이슨대 방문교수 등을 거쳐 10년동안 DB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바다I에서 Ⅳ에 이르기까지 바다DBMS 기능 및 성능 시험도구를 직접 개발했으며 한국컴퓨터통신의 유니SQL 성능도구도 현재 개발하고 있다. 100여편의 논문과 4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정보검색엔진 관련 벤처기업인 메타웨이브의 수석기술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공주대 김창석 교수는 대부분 서울, 대전에 집중된 DB학계 풍토에서 지방에 뿌리를 두고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는 보기드문 DB연구자다. 경북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친 국내파로 웹상에서의 이질적인 데이터 통합, XML DB 등에 연구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86년부터 94년까지 ETRI DB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바다 국산DBMS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어 DB 핵심기술에 대한 이해와 제품개발 노하우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이규철 교수(39)는 DB학계를 움직이는 30대 기수로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모두 취득했다. 특히 XML DB 분야에서는 최고의 권위자로 통하며 30편의 논문, 68편의 학술발표, 76편의 연구보고서 등 연륜에 비해 상당한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교수 역시 바다Ⅱ와 바다Ⅳ 개발에 참여했으며 95년 이후에는 XML 기술을 적용, B2B 등 e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치캐스트, 이노디지털 등과 XML 관련기술에 대한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ebXML전문위원회 위원장,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 전자상거래서비스기술위원회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