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회사채 신속인수 중단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회사채 신속인수가 중단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8일 채권은행단과 협의를 거쳐 이번달에 만기도래한 회사채 만기도래분 4000억원을 신속인수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하이닉스 만기도래 회사채를 차환발행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유동성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산업은행이 선정하는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서 우선은 빠지기로 결정했으며 만기도래 회사채에 대한 지급도 일단은 중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3조원 출자전환을 비롯해 부채를 만기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만기도래 회사채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며 “당분간 현금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30일 채무재조정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일단 회사채 신속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사실상의 지급 불능을 선언한 것으로 채권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투신권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회사채 신속인수를 통해 채권은행들이 하이닉스반도체의 채무를 유예하며 지원자금을 늘려간 반면 투신권은 만기도래 회사채를 속속 상환받으면서 자기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우선 확보되는 자금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위주로 사용돼야 할 것”이라며 “조달 자금이 형평성에 맞지 않게 투신권 등 일부 금융기관에만 지불되는 것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생존과 경영정상화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하이닉스반도체의 결정은 향후 시장의 활황에 대비한 투자자금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단순한 채무연장이나 출자전환 등으로는 위험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향후 정상적인 기업활동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를 본격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채무연장이나 출자전환 등의 제한적 조치만으로는 미흡하다”며 “출자전환 이외에 별도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현시점부터 설비투자를 해나가야 향후 반도체시장이 살아날 때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고 기업가치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채무 재조정 방안을 마련중에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하이닉스반도체와 관계된 모든 금융기관이 동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