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기술(IT)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말 한마디에 기술주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체임버스 회장이 지난주말 “지난달초 주문실적이 예상했던 판매수익의 목표범위내에 들어왔다”고 밝히자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존 체임버스 회장의 ‘시스코효과’는 미국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등 전세계 IT주가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이달초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하반기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체임버스 회장이 “사업환경이 안정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IT경기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모멘텀 부재로 고전하고 있던 IT주들이 단비를 만난 셈이다.
체임버스 회장의 한마디는 미국 증시에서 IT랠리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기술주의 실적악화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환경이 안정되고 있다”는 취지의 체임버스 회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은 지난 3일 “PC산업의 경기는 이미 바닥권에 도달했다”고 말해 IT경기 회복론을 불러일으켰다.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주와 PC주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크레이그 배럿 회장의 발언은 당시 “반도체 산업이 최악의 국면을 통과했다”는 내용의 메릴린치증권 보고서와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증시분위기를 장밋빛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CEO효과’가 그 위력을 더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둔화와 실적악화에 따른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IT주들이 최근 바닥을 다져가며 모멘텀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IT업체 CEO의 긍정적인 실적전망이 이어질 경우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 대형 IT업체를 중심으로 한 CEO효과가 나타날 것인가가 관심사다.
피터 카딜로 웨스트팔리아 시장전략가는 “증시가 CEO들이 밝히는 호재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만약 CEO들이 잇따라 ‘사업이 안정되고 있다’고 밝히기만 하면 증시의 반전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분기 중간전망에 들어간 미국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IBM의 루 거스너,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등 대형 IT업체 CEO들의 ‘입’에 증시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조만간 분기 중간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28일)의 스콧 맥릴리와 인텔(9월 6일)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CEO효과에 대해 별 다른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도 적지 않다. CEO들의 전망이 실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 이들은 최근 시스코효과가 1일 천하로 막을 내리는 등 CEO의 기대어린 전망은 심리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주식시장의 판세를 뒤집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한다.
CEO효과가 허무하게 막을 내릴지, 위력을 키워가며 IT주 상승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