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헤란밸리 "이슈가 없다"

 “기사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자양반들한테 어렵다는 얘기도 못하겠어요.”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 업체 사장의 얘기다. 요즘 신문·방송이 온통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와 경고로 치달으면서 주주들의 전화문의 급증, 엔젤의 투자여건 황폐화로 이중고를 겪는다는 하소연이다. 이 사장은 그래도 다방면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좋은(?) 기사를 부탁한다고 서둘러 말한다. 좋은 기사가 뭔지 모르겠지만 업체 사장의 말은 가슴에 앙금으로 남는다.

 경기가 침체라서 그럴까. 요즘 테헤란밸리에는 이슈가 없다. 그많던 행사안내와 이벤트가 사라지고 첨단 전시회장을 찾는 관람자들의 발걸음이 줄었다.

 실제로 IT전문 한 홍보대행사에 따르면 올해 고객업체들의 홍보 의뢰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약 30%가량 줄었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는 홍보대행사에서 고객업체에 대한 선별작업을 했지만 올해에는 최소한 그럴 사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시회에 출품되는 제품도 ‘그밥에 그나물’ 일색이다.

 정보통신 최대의 이슈였던 IMT2000의 사업자 선정이 완료되고 디지털방송 실시가 임박하면서 최고조까지 달아올랐던 IT시장이 서서히 숨을 고르고 있다. IMT2000 이후 시장이 이렇다할 후계주자를 찾지 못한 것도 화제의 빈곤을 부추기고 있다. 무선망 개방·스마트카드·윈도XP 등이 그나마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IMT2000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같다.

 이쯤되니 업체 사장이 털어놓은 좋은 기사의 의미도 언뜻 이해가 간다. 지난해 초만 해도 “OO가 떠오른다”느니, “OO가 붐”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넘쳐 났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름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그러나 뭐 기사가 경기부양책일 수는 없다.

 테헤란밸리의 한복판에 위치한 S사 기자실의 홍보담당자는 “요즘은 기자들의 발걸음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가장 일선에서 최신의 이슈를 좇는 기자들도 테헤란밸리를 떠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슈를 만들어 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