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이어 전략업종 중 하나인 철강업종의 B2B시범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철강업종은 시범사업의 범위에 e마켓 구축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진행해왔으나 현재는 표준화 범위를 두고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한 상태다. 본지 7월 30일자13면 참조
철강 완제품은 다른 산업에는 절대적인 원부자재다. 그러나 제조사가 철강 제품을 주문할 경우 심하게는 20여 가지 이상의 규격을 표시해야할 정도로 ‘개별 주문’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철강 완제품의 표준화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을 반증하는 사례다. 만일 완제품이 업계 공통의 기준으로 표준화될 경우 철강의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조선은 물론 크고 작은 제조사들의 구매가 편리해진다는 점은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점에서 철강사들의 이해에 정면 대립한다.
우선 철강제품은 시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크고 그에 따라 재고품조차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제품정보 자체가 철강사들의 무기라는 의미다. 이는 완제품 표준화가 철강사들의 기존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말한다.
여기에 국내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의 조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자체 경영혁신(PI) 작업을 완료, 구매프로세스와 판매프로세스를 혁신했다. 1차연도까지 진행된 B2B시범사업이 포스코 개별기업의 PI와 맞물려 돌아갔다. 포스코로서는 굳이 완제품 표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이밖에 개별 철강사들이 자체 온라인판매 사이트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거나 모든 기업이 자체 표준화에 근거해 거래하고 있는 무수한 내부 데이터를 업계 공통의 표준과 어떻게 매칭시키느냐도 철강사들이 완제품 표준화에 적극 나서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는 ‘완제품 표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전자상거래(EC)를 근본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완제품 표준화를 2차연도 사업범위에 넣을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철강협회는 현재 포스코를 비롯한 회원사들과 의견을 조율중이다.
한편 국내 철강 e마켓 한 관계자는 “철강 후진국들의 제품 질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는 추세라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전면 철폐되는 시기 이후에는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철강사들이 EC 환경을 하루빨리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