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저작권 문제로 몸살

 게임업계가 저작권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어린이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아동용 게임 신드롬을 불러온 ‘하얀마음 백구’가 저작권 소유자인 손오공과 수익분배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으며 금강기획과 계약을 맺고 ‘짱구는 못말려’의 온라인게임을 개발중인 이니엄은 최근 ‘짱구는 못말려’의 사업권을 인수한 코코엔터프라이즈로부터 금강의 사업권 승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고심중이다.

 또 9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포트리스2 블루’의 GV와 ‘리니지’로 국내 대표적인 개발사로 자리매김한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적인 게임개발사들도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분쟁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히트를 치면 여지없이 불거지는 저작권 공방=이처럼 국산게임의 대표작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들이 저작권 문제에 휘말리는 이유는 한마디로 업체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기업다운 체계를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게임개발 초기에 저작권자와 구두계약이나 어설픈 조항으로 계약을 맺기 십상이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게임이 예상치 못한 히트를 기록하게 되면 계약서만으로 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송사를 겪고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저작권자와 관계가 원만했으나 게임이 돈이 되면서부터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며 “사태가 악화되면서 법률적인 검토와 변호사의 조력 등이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문제의 심각성은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데 있다. 최근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아류작들은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현재 아류작들은 아동용게임, 웹게임, 모바일게임 분야에 집중돼 있어 저작권 시비가 일 수 있는 가장 문제있는 ‘지뢰밭’으로 꼽히고 있다.

 실례로 ‘하얀마음 백구’가 인기를 끌자 원작의 제품명이나 캐릭터, 시나리오 등을 그대로 베낀 작품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으며 현재 개발중인 게임의 소재까지 미리 베낀 뒤 원작 출시에 앞서 발매되는 게임도 있어 게임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테트리스, 바둑, 장기, 알까기 게임 등과 같은 저작권 소유자의 출처가 불분명한 게임은 선발업체의 게임요소와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베껴 발표되는 실정이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지난해 말 일본 현지법인을 설립, 웹게임을 서비스중인 한게임은 지난 7월 ‘테트리스’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업체로부터 서비스 중지 요청을 받아들여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동안 국내에는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보유한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이 게임을 별도의 계약 없이 개발, 서비스해왔으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 문제는 국내업체들의 분쟁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번질 요소를 안고 있다. 특히 ‘테트리스’의 경우, 특정업체가 테트리스 라이선스를 획득해 악의적인 공세를 취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업계는 따라서 주먹구구식으로 계약을 맺지 말고 법률가의 조력을 통해 저작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국가의 주요 전략산업으로 부각되는 만큼 게임개발 초기부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계약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경우 물질적 피해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 기업도산이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