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업체들의 세불리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빛소프트·판타그램인터랙티브·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 선두업체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인수합병 등을 위한 자금규모 또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메가톤급’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투자범위를 기존 사업영역을 넘어 PC·온라인·모바일·비디오 콘솔 등 전방위로 확대, 업계의 판도변화를 예고해 주고 있다.
◇현황=크게 2가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한 ‘공룡기업’이 탄생하는가 하면 메이저급 업체가 대대적인 프로젝트 투자나 인큐베이팅 투자를 통해 하나의 ‘사단’을 결성하기도 한다.
로커스홀딩스가 게임개발업체인 손노리를 흡수한 것이나 함께하는소프트·인크론·디지탈에이지 등이 하나의 법인으로 합치는 것은 인수합병을 통해 단번에 거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사례다.
반면 한빛소프트·판타그램인터랙티브 등 게임배급업체가 군소 게임개발업체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및 인큐베이팅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동맹군’을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현상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몸집키우기’나 ‘세불리기’를 통해 경쟁력 제고를 꾀하겠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선두업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공룡기업’으로 거듭날 경우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인프라를 이용, 규모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프로젝트 및 인큐베이팅 투자를 통해 시장내 ‘우군’을 대거 포진시키면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 게임업체들의 투자유치 배경=전문가들은 경기침체를 첫손으로 꼽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금융권 및 투자기관의 투자가 크게 위축되자 메이저급 업체에 손을 벌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쟁업체인 ‘적과의 동침’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게임열풍에 편승해 신규 업체가 대거 쏟아져나와 과당경쟁을 유발한 것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얼마 전만 해도 중소업체가 투자사를 고르던 것과 달리 요즘에는 투자사가 수많은 업체들 가운데 몇몇을 ‘낙점’하는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망=메이저급 업체들이 이끄는 시장구조 재편은 앞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빛소프트는 게임개발사인 막고야·헥스플러스 등에 2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200억원 규모의 거금을 인수합병 및 프로젝트 투자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또 판타그램인터랙티브·로커스홀딩스 등도 인수 대상 업체 물색에 혈안이 돼 있으며 온라인 게임분야 선두업체인 엔씨소프트 역시 국내외 업체 다수를 인수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여기에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업체들이 선두업체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메이저급 업체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자본력과 마케팅력 등에서 해외 유명업체들과 어깨를 겨룰 메이저급 업체들이 속속 탄생할 전망이다.
그러나 소수 선두업체 위주의 시장재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외형만 크고 속은 부실한 기존 재벌기업의 시행착오를 게임업계도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콘텐츠의 경우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기획력이 생명인 데 반해 거대한 공룡기업의 조직문화가 이런 창의력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고 소화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LG·SK 등 대기업의 경우 이미 게임사업부를 분사, 벤처기업으로 새출발시킨 바 있다.
시장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것도 문제다.
산업은 호황인 반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왜곡된 시장구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급 업체의 기세에 눌려 신생 업체의 시장진입이 어려워지면 시장의 다양성도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