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암울하다.
30일 거래소시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유동성 위기 우려와 미국 증시의 불안으로 전날보다 1.27포인트 하락한 564.36으로 마감됐다. 코스닥시장도 0.49포인트 떨어진 64.83으로 끝났다. 거래소시장은 560선이 불안해졌고 코스닥시장은 60선마저 위협받고 있는 형국이다. 유동성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새 사라지고 말았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정보기술(IT) 경기 불안이 해소되기 전에는 국내 증시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IT분야는 최근 10년간 호황을 누리면서 발생한 과잉 설비투자가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며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달엔 미국의 IT분야의 투자는 지난달보다 15.1%나 급락했다. 이 때문에 나스닥지수가 1800선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임홍빈 삼성증권 연구원은 “IT분야는 공급측면에서 과잉생산, 과잉설비, 재고과다 등 3대 악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은 IT 경기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채권단이 31일 출자전환 등 5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신규지원 없이는 회생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성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 5조원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더라도 1조4000억원이 모자란다”며 “하이닉스반도체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도체경기가 급상승세로 돌아서야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은 ‘패닉’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9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거래대금이 1조원을 밑도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한 증시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폭락장에는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최근엔 이같은 기대감마저 상실됐다”고 말했다.
코스닥등록업체들의 자금조달도 급감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 1∼7월 코스닥등록업체들은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무려 66.2%나 줄어든 2조4116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변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외우내환에 시달리며 어려운 횡보를 하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회복되기 전에는 IT주는 물론 국내 증시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