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오디오 기술력은 최고.’
오디오는 다른 가전 제품에 비해 유난히 외산 브랜드가 강세를 띠는 분야다. TV·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의 경우 외산이 맥을 못추고 있는 반면 유독 오디오 분야는 외산에 대한 선호가 유별나다. 마니아들이 시장을 좌우하는 고가 제품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그러나 이렇게 해외 유명 브랜드에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그들 제품의 대부분을 국내업체들이 개발·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안다면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JVC·켄우드·야마하·마란츠·JBL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해외 오디오 브랜드 제품 중에는 국내의 삼성전자·LG전자·이트로닉스·태광산업이 공급하는 제품이 상당수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일본 JVC에 미니컴포넌트 미니미니 3개 모델을 공급하고 있으며 LG전자(대표 구자홍)는 JBL에 미니컴포넌트를 공급하고 있다. 이트로닉스(대표 남기호)는 일본의 유명 오디오 브랜드 데논과 켄우드·야마하·마란쯔에, 태광산업(대표 이호진)도 JBL·BOSE·마란츠에 각각 AV리시버를 공급해 오고 있다.
이런 사정은 가정용 홈오디오 업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용 카오디오의 헤드유닛과 앰프 분야도 해외 유명브랜드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청람디지탈(대표 김만식)은 JVC·JBL·키커·크로스파이어·PPI·ADS 등 유명 브랜드에 자동차용 아날로그 및 디지털 앰프를 대거 수출하고 있으며 대성엘텍(대표 박재범)도 알파인사에 자동차용 앰프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현대오토넷(대표 윤장진)은 일본의 유명 카오디오 업체 이클립스와 미국의 록포드포스게이트 및 오디오박스 등에 카오디오 헤드유닛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포드·크라이슬러·GM의 자동차에도 순정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남성(대표 윤봉수)도 미국의 젠센사에 헤드유닛을 수출한다.
이처럼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제품 공급처로 삼을 만큼 국내 오디오 업체들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공급방식 대부분이 기획 및 개발까지 담당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라는 점이다. 생산만 대행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과 달리 직접 개발·설계·생산의 전과정을 책임지는 ODM형태는 브랜드만 차용할 뿐 제품 자체는 자사 제품과 동일하다. ODM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해외 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증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국내업체들의 기술력이 해외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는 데도 국내 소비자들 중에는 아직도 해외 브랜드만을 고집,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이 역수입된 것을 터무니 없는 고가에 구입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지곤 한다”며 “해외로 나가고 들어오며 붙은 관세와 유통업자들의 마진만 두둑히 챙겨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오디오 업계는 해외 브랜드 제품 중 하이엔드 분야의 경우 아직 기술력에서 우리가 미진한 영역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 소비자용 보급형 제품까지 해외 브랜드를 굳이 고집하는 것은 불필요한 외화낭비일 뿐임을 우리 소비자들도 깨달을 때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