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PDP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정병철 LG전자 사장

  

 메모리 반도체와 이동통신 단말기에 이어 차세대 수출효자상품으로 가장 유망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디지털 디스플레이 제품군이다. 이들은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을 급속도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전략상품이다.

 흔히 디지털 디스플레이 제품이라 하면 LCD와 PDP, 그리고 유기EL 등 첨단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신개념의 디스플레이들을 말한다.

 이 가운데 유기EL은 현재 이동통신 단말기 등 소형기기에 일부 적용되고 있을 뿐 아직은 개발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LCD는 대중화 단계로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는 물론 TV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가 조사한 2분기 LCD시장 점유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40.9%로 세계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제품 가운데 앞으로의 시장전망이 가장 밝은 것은 PDP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PDP는 현재 시장형성단계에 있는데 ‘벽걸이TV’로도 불릴 만큼 대화면 TV에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이 분야에서도 우리는 세계 최대 크기의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하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양산체제를 갖추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PDP를 정보가전기기 가운데 세계 최고의 가격으로 수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만큼 PDP는 부가가치가 높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여서 앞으로 엄청난 수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침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디지털TV 방송을 서두르고 있는 시점이어서 PDP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도 올해 50만대에서 2005년에는 500만대로 급팽창, 2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PDP사업 환경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와 함께 PDP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PDP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은 다수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세계시장은 물론 그들보다 먼저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하는 우리나라에까지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미 후지쯔가 양산체제를 갖추었고 NEC, 파이어니어, 마쓰시타 등의 업체들도 양산을 서두르고 있어 머지않아 일본 업체들의 거센 공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술력이나 생산시스템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PDP와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의 제품일수록 그에 걸맞은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 또 이에 적합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본의 제품들과 맞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본이 다수 확보하고 있는 원천기술의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 PDP는 아직까지도 기술개발의 여지가 많은 분야다. 산학연이 연계하는 공동연구 등이 활성화된다면 독자적인 기술개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생산기술력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형성 초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분명 가격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러자면 기업에서는 PDP모듈의 수율을 더욱 높이는 등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에서도 보다 진취적인 시각에서 할당관세의 기간이나 품목을 좀더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업계의 입장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비와 부품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일례로 현재 PDP에 사용되는 유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서는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오히려 부품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서둘러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제품 중에서도 PDP는 우리 기업들에 기회가 열린 분야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수출품목으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을 디지털의 선두주자로 올려놓는 견인차가 돼줄 것이 분명하다.

 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는 준비돼 있는 자에게만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눈앞에 다가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PDP를 국가전략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LG전자 사장 bcjung@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