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23)전문경영이 빛나는 시대

 ‘COO, CFO, CTO, CMO, CIO, CRO, CPO….’

 소위 ‘CXO급 간부’로 불리는 임원들을 앞세운 전문경영체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경영자 출신의 최고경영책임자인 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사장자리에 앉는 게 전문경영체제의 핵심이었으나 얼마전부터 COO(Chief Operation Officer), CFO(Chief Finance Officer)를 시작으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CPO(Chief Privacy Officer), CMO(Chief Marketing Officer),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CRO(Chief Risk Officer) 등 이름도 생소한 전문경영직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전문경영체제 강화는 국내에서도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이에 동참하는 추세다.

 이같은 전문경영의 요지는 한마디로 해당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인력을 책임자로 배치해 업무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분야에 대해 임원들이 책임의식을 갖도록 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가능케 한다.

 예를들어 최고재무책임자인 CFO는 재무관리 및 계획수립에 있어서는 회사에서 최고의 역량과 권한을 인정받는다. 과거 최고경영자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던 재무관계가 CFO에게 넘겨진 것이다.

 물론 최종결정은 최고경영자가 내리게 되지만 CFO는 재무구조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CEO가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CEO는 과거와는 달리 CFO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적어도 재무구조에서는 CFO의 역량을 최고로 인정한다.

 최고기술책임자인 CTO도 마찬가지다. 과거 모든 산업체의 기술책임자는 ‘엔지니어’라는 한계에 머물렀다. 하지만 정보기술(IT)시대의 도래로 기술개발이 곧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면서 IT업체를 중심으로 CTO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CTO 역시 기술개발 및 전략 분야에서는 CEO와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가진다. 오히려 임원회의시 기술개발에 관한 CTO의 의견은 CEO의 목소리보다 더 크다.

 이밖에 마케팅분야를 책임지는 CMO, IT의 전략적 활용을 가능케 하는 CIO 등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전문경영체제는 미국의 대부분 기업들이 갖추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옥션·인터파크 등을 비롯한 닷컴기업에서 시작돼 삼성·LG·현대·SK 등의 대기업들도 이를 도입한 상태다.

 최근 전문경영체제는 모든 산업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개인정보책임자인 CPO, 지식경영을 책임지는 CKO,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CRO 등 역할분담이 더 작은 단위로 나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처럼 지나친 세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업의 환경에 맞춰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해 나가야 하지만 선진국의 경영체제를 따른다는 명목 아래 앞다퉈 임원직을 신설하는 것은 오히려 업무의 효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즉, 조직을 단순화하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지나친 세분화로 인해 조직을 불린다면 운영 측면에서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벌이고 있는 사업과 무관한 전문경영직을 신설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국내 중견기업의 간부는 “각 분야마다 전문경영인을 두는 것이 최근의 추세지만 기업환경과 무관한 전문경영체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최근 새로 생겨난 CXO급 직책이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는 만큼 유행에 편승해 새로운 임원직을 신설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해 기업 수익과 사업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업현황과 시장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후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검토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또한 단순히 임원직만을 신설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에 걸맞은 권한을 해당 임원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도 기업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 명함만 걸어놨을 뿐 해당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이는 전문경영이 아닌 자리 나눠먹기를 위한 ‘감투경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체제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더구나 1인 독자경영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기업환경에서 전문경영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를 어떤 식으로 도입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기업 자신에 달려있는 문제다. 한 기업체 간부의 말처럼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후 회사에 알맞은 전문경영체제를 순차적으로 확립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