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F결산-미래의 컴퓨터 환경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막을 내린 2001 추계 인텔개발자포럼(IDF)은 실리콘밸리의 침체를 시작으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경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시장을 겨냥한 IT기술의 발전은 급격히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최자인 인텔을 비롯, 25개국 180여개 IT업체에서 참가한 4000여명의 개발자들은 더욱 편리한 컴퓨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폴 오텔리니 인텔 아키텍처그룹 수석 부사장의 기조연설처럼 PC판매 촉진을 위해 CPU 가격을 50% 이상 인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심에 둘 것은 혁신적인 기술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전세계 IT업계가 공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주장이다.

 IDF를 통해 본 향후 IT환경 변화를 정리했다.

 ◇무선 인터넷 환경 본격화=인텔을 비롯, 주요 IT업체들은 홈네트워킹을 지원하는 IEEE1394를 비롯, 최신 무선랜 표준인 802.11b에 관한 기술개발을 끝내고 이를 적용한 데스크톱 및 노트북의 공급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 노트북 등 이번 IDF에서 ‘혁신적 PC상’을 받은 주요 업체들의 차세대 PC에는 디지털TV 및 DVD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와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들이 기본으로 장착되는 한편, 지속적으로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이 통합되는 차세대 이동통신환경에 대응해 인텔을 주축으로 한 휴대형컴퓨터기기(PCA) 개발자 네트워크는 더욱 빠른 무선 인터넷 환경을 위해서 PCA의 데이터 부문과 모뎀 부문을 구분하는 기술제안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를 적용하면 차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데이터 처리용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 해도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밖에도 인텔은 10기가비트 이더넷 등 초고속 기업 네트워크 환경에도 무선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인피니밴드 등 각종 인터페이스를 무선으로도 개발하기로 했다.

 ◇10㎓급의 접는 컴퓨터=3.5㎓의 ‘펜티엄4’ 프로토타입을 시연한 인텔은 앞으로 펜티엄4를 ‘단일칩병렬처리기술(하이퍼 스레딩)’을 적용해 10㎓까지 개발한다며 ‘무어의 법칙’이 건재함을 밝혔다.

 또 ‘바이니아스(Binias)’ 등 저전력 설계기술이 바탕이 된 CPU가 보급되면 노트북의 무게를 지금보다 절반 가량 줄이고 크기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향후 컴퓨팅 환경에서는 지금처럼 모니터와 본체, 주변장치들을 복잡한 케이블로 연결하지 않아도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3G I/O, USB2.0, 직렬 ATA 등의 입출력 인터페이스 표준이 보급된다.

 이처럼 고성능 CPU와 고속 인터페이스 기술이 보급되면 모니터와 본체가 통합된 초소형 컴퓨터는 물론, 나노기술 및 유기EL 디스플레이와 결합돼 휴대가 간편한 접는 컴퓨터나 의복처럼 입는 컴퓨터도 나올 전망이다.

 ◇말로 작동하는 컴퓨터=오는 10월 출시되는 ‘윈도XP’의 성능을 직접 시연한 마이크로소프트 짐 알친 부사장은 ‘윈도XP’가 지문을 인식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기능 등 강력한 보안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알친 부사장은 또 윈도XP를 이용해 5가지의 각기 다른 영상을 음악과 함께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선보였다.

 인텔 및 주요 PC업체들은 이같은 응용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바탕으로 음성으로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더욱 손쉬운 컴퓨팅 환경을 만들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머지않아 컴퓨터는 키보드를 치지 않고도 말로 명령을 하면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1분 안에 뮤직비디오로 재탄생시키는 강력한 성능을 지니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부단한 기술혁신은 새로운 컴퓨팅 환경으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IT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새너제이(미국)=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