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학규 아저씨! ^0^ ^0^ ^0^”
부천의 한 여중생이 보내온 e메일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출근하자마자 PC를 켜고 메일박스에 소복하게 쌓인 e메일을 확인하는 일이 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이 여학생처럼 게시판 답변에 대한 감사인사에서 유학중인 제자나 이사간 친구로부터 온 안부, 잃어버린 딸을 찾는다는 어느 아버지의 비통한 사연, 무허가 민간 자선 시설의 애절한 민원, 이름모를 네티즌의 진지한 정책제안과 애정어린 비판들까지….
돌이켜 보니 이처럼 내가 인정미 물씬 풍기는 인터넷세상에 흠뻑 취하게 된 것은 아마도 재작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로 재직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미 절정에 달해 있던 미국의 정보화물결 앞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IT혁명을 통해 역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미국을 보면서, IMF의 깊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고국에 대한 걱정이 늘 뒤따랐다. ‘이러다간 국경없는 살벌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겠구나’를 수없이 되뇌이며,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좌표를 그려보고 그 나아갈 길에 대해 거듭 생각했다.
무한경쟁의 시대적 도전에 응전하고 국가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각오로 나는 밤새 인터넷을 익혔다. 세계화·정보화·개방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는 새로운 시대감각과 용기를 가진 열린 사고와 열린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곱씹으며….
이런 연유에서일까? 나는 요즘 인터넷공간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나를 아껴주는 온라인 후원그룹 ‘클린 손 클럽’ 회원과의 만남이나 홈페이지 ‘정책제안’ 코너를 통해 실시간 교환하는 네티즌과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내 의정활동의 중요한 민의 수렴 채널이자 소중한 정책대안 개발창구로 자리잡고 있다. 열린 사회의 ‘수평적 네트워크’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며 거푸 감탄하는 일은 이제 일상사가 됐다.
하지만 나는 모두가 소우주가 되는 인터넷시대에서도 꼭 챙겨야 할 일이 있음을 되새기곤 한다. 휴머니즘이 살아 숨쉬는 디지털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정보의 무한노출과 오남용을 방지하는 적절한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장치가 필요하며 IT혁명에서 소외되고 탈락한 계층이 느끼는 ‘디지털 격차’를 치유하는 제도적 안전망도 절실하다. 동시에 음란·폭력 등 유해사이트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개인은 물론 국가안보나 사회체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해킹·바이러스유포·사이버범죄 문제 등을 규율하는 사회적 합의 도출도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해 열린 커뮤니티가 활짝 꽃핀다면, 누구나 동등한 인격체이자 독립적 매체의 주인으로 이 자유로운 공간을 누빈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폐쇄적 권위와 리더십을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다면, ‘독선과 아집’ ‘정쟁과 발목잡기’로 얼룩진 우리 정치를 보다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아름답고 청량해질까. PC 전원을 내리는 이 순간에도 나는 이러한 희망이 여전히 온라인상태임을 알고 있다.
손학규 한나라당 의원(hkshon@assembly.co.kr), 홈페이지 http://www.hkvi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