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프트웨어업체들에는 불황이 끼어들 틈이 없다. 90년대 후반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는 업체들이 정보기술(IT)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최근 불경기가 닥치자 기업들은 거꾸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연구소와 콜센터 등을 통째로 인도로 옮기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그동안 인도정부가 강력한 IT산업 육성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정보기술부(MIT) 프라모드 마하잔 장관(53)을 바로 그 중심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인도가 지난 99년 세계 최초로 IT관련 정책만을 다루는 부서를 신설했을 때 초대 장관에 발탁된 후 지금까지 3년째 MIT를 이끌고 있다.
마하잔 장관은 99년 취임하자마자 ‘IT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민 컴퓨터(심퓨터)를 개발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연구소(http://www.media.mit.edu)의 인도 분소를 만드는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특히 올해초 MIT 미디어랩 유치를 둘러싸고 우리나라 서울시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마하잔 장관은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찰스 베스트 총장과 니콜러스 네그로폰테 소장에게 무려 1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후 미디어랩 유치를 최종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트포인디아(http://www.gate4india.com)를 운영하고 있는 김응기 사장은 “이같은 추진력은 마하잔 장관이 인도 수상(아탈 바지파이)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핵심 정치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하잔 장관의 개인 이력을 보면 결코 IT전문가라고 하기 어렵다. 그는 퓬대학(정치학 석사)을 졸업한 후 잠시 교사로 일했으나 지난 75년 비상사태 때 반체제 인사로 분류, 체포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마하잔 장관은 인도인민당(BJP)이 지난 96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수자원, 식품산업, 정무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마하잔 MIT 장관은 6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한 후 양승택 정통부 장관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날 계획이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차세대 IT강국을 공동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과 인도간 IT 협력이 한단계 더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