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전략사업화하기 위해 신규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대형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다시금 국산장비를 외면하고 있어 기술 하나로 이 시장에 참여한 국내 IT벤처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선통신 시장의 양대산맥인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은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용 무선LAN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외국 업체에 유리한 규격을 제시, 국산제품의 수요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통신 등 발주자가 명시한 규격이 대부분 외국 통신장비업체가 보유한 기술에 근거를 두고 있어 인터넷설비에 이어 차세대 기술로 분류되는 이 시장마저 외국 업계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제 개화하고 있는 국내 무선LAN 시장은 국내 IT벤처들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노력에 따라 상당수준 국산화가 이뤄진 상태며 국내 무선LAN업계는 내수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후 수출전략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국내 최대의 수요처인 한국통신은 최근 초고속 무선인터넷 시범망 구축사업을 발주하면서 구매 장비 규격에 인증 관련 프로토콜의 일종인 802.1x를 필수 규격으로 명시해 참여기회를 박탈당한 국내 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802.1x는 시스코시스템스를 주축으로 한 일부 해외 다국적 네트워크업체가 IEEE에 제안한 보안 인증 프로토콜로 규격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으나 아직 IEEE 내부에서조차 표준화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802.1x가 IEEE에서도 공식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은데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도입된 사례가 없는 등 미검증된 기술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통신이 이 규격을 채택한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현재까지 무선LAN 제품에 완벽하게 802.1x를 지원하는 업체는 시스코시스템스 한 군데뿐인 것으로 알려져 특혜시비 논란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사설망에 이용돼 온 무선LAN 기술을 공중망 서비스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보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국통신에 앞서 무선LAN 장비 성능 평가를 실시한 하나로통신은 미국 무선LAN 관련 사설단체인 WECA(Wireless Ethernet Compatibility Alliance)의 인증마크 WiFi를 획득할 것을 장비 규격에 명시, 업체들로부터 불필요한 외화 유출 조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WiFi 인증은 미국의 FCC나 유럽의 CE마크처럼 공인기관의 인증이 아니어서 공신력을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IEEE802.11b 프로토콜을 만족하는 제품이라면 어렵지 않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국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1만5000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들여 인증을 획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감량경영을 선언하면서 국내 IT산업을 아사직전 상태로 몰아간 데 이어 전략산업으로 도약 가능성이 있는 무선LAN 수요마저 외산 선호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한국통신은 국내 IT산업을 책임질 국가기간통신사업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시룡기자srcho@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