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정보기술(IT) 경기침체에 따른 부품수요 위축과 가격하락으로 고전하던 광부품업체들이 생산성 향상 노력과 함께 원가절감형 모듈 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처럼 어느 정도 수준의 광부품을 개발, 생산하면 수요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상황은 이미 끝났다”며 “이제는 마케팅 능력 및 신뢰성, 원가경쟁력 등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줄어드는 투자=광산업이 각광받으면서 올초만 해도 별다른 기술적 기반 없이 광부품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가열된 분위기였으나 요즘은 창업이 주춤거리고 있다.
KTB네트워크 광주지역 설재홍 지점장은 “지난해 말에 비해 투자건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올초에 투자가 집중됐던 분야라 경기침체에 의한 투자축소가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광부품업체의 연구소장은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스카우트 제의가 쏙 들어갔다”며 “이는 투자를 받아 광부품 분야에 신규진출하는 업체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가격경쟁력 확보와 원가절감형 제품 개발=WDM·콜리메이터·아이솔레이터 등 광 패시브 소자의 경우 시장가격이 지난해보다 50%에서 많게는 70%까지 떨어졌다. 광 페룰의 가격도 수요부족으로 호들갑을 떨었던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누스 김광호 사장은 “중국과 대만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수작업으로 소량생산해도 이윤이 남았지만 이제는 광부품도 대량생산에 의한 원가절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업체들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몇가지 부품을 통합한 모듈 제품의 개발 및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광주의 휘라포토닉스는 WDM 단품보다는 PLC 소자들과 통합된 형태의 제품을 구상하고 있으며 고려옵트론도 올하반기부터 레이저다이오드(LD) 및 포토다이오드(PD)를 생산, 기존 WDM을 부착한 모듈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신뢰성 확보와 마케팅 강화=한국단자는 최근 10억여원을 투자해 온도특성시험기(온도체임버) 등 검사장비를 보완했다. 한국단자 이원준 이사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까지의 환경에서 8000시간 동안 시험을 해야하는 등 신뢰성에 대한 높은 요구가 있다”며 “이러한 정도의 신뢰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은 한번 수출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이후 지속적인 계약이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마케팅 능력의 확보가 관건이 되고 있는데 업체들은 북미·유럽을 제외한 동유럽·동남아·중동 등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마케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기적 포석이 필요할 때=국내 광부품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S사 K상무는 “우리 브랜드를 달고서 외국의 백본망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부품산업의 고질병인 소재 및 장비 산업의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광산업진흥회 69개 회원사 중 광부품의 핵심소재를 다루는 소재 전문업체는 한곳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블포토닉스의 한 관계자는 “자생력이 없는 국내 일반 부품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핵심소재의 국산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