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타산업 경기

 국내 반도체산업은 타 산업과 연관성이 미미해 국내 경기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따라서 반도체 가격상승이 곧 국내 경기회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10여년 분기별 자료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반도체산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생산은 전체 제조업 생산과의 연관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분기 동안 반도체산업이 전체 제조업의 생산증가율에 미치는 상관계수는 0.14로 섬유의복(0.92), 자동차(0.85), 철강(0.74), 석유화학(0.27) 등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또한 반도체산업이 동분기 동안 타산업의 생산증가율에 미치는 상관계수는 연관성이 없거나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국내 반도체 경기가 독자적인 경기순환 패턴을 가지는 세계 반도체 경기상황에 크게 좌우되고 반도체를 제외한 타 제조업은 세계 경제상황뿐 아니라 환율·금리 등 거시 가격변수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로서는 반도체 경기의 조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반도체산업의 경기회복이 국내경기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보고서 참여자의 한 사람인 한진희 KDI 연구원은 “현 경기침체 국면은 독자적인 경기순환 패턴을 가진 반도체경기와 기타 제조업 경기가 같은 시기에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며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세계 반도체 경기사이클에 의존하는 반도체쪽보다는 재정확대를 통해 연관관계가 밀접한 타 산업의 내수진작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