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뽕잎 먹는 누에소리 들어봤니?

 이슥한 늦 겨울밤.

 강 얼음이 봄 기운을 버거워하며 ‘쩌어억 쩌어억’ 깨지고 마을 동구밖 시냇물은 얼음사이로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꼬끼 오오∼’

 날이 밝아오면서 새벽 장닭이 한바탕 울어 제끼고 다시 졸음에 겨워할 무렵 산골마을 노인은 ‘쿨럭 쿨럭’ 기침소리를 낸다.

 동심을 자극하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고향의 소리이자 한국사람만이 느끼는 이 땅의 소리들이다.

 갈증끝에 청량제를 마신 듯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이러한 소리들이 안타깝게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심 자동차나 아스팔트 소음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이같은 소리는 먼 과거나 꿈속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시골마저도 도시화가 급진전되면서 예전만큼 쉽게 접하기 어렵다.

 사라져 가는 우리 고향과 자연의 소리가 디지털로 재현돼 우리 귀에 다가왔다.

 KBS미디어는 KBS와 환경부가 공동제작한 특집방송 ‘디지털로 여는 소리의 사계’를 첨단 영상매체인 DVD로 담아내 새롭게 선보였다.

 ‘자연과 생명의 소리’ ‘고향의 소리’ ‘삶의 현장 소리’ 등 가장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140여 종류의 소리를 4계절로 구분해 내레이션없이 영상과 소리만으로 생생하게 재현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 이른 새벽 밭갈이하는 소의 헐떡대는 소리, 방울벌레 울음소리, 왕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는 소리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생명의 소리’며 바람에 날린 억새풀 부비는 소리, 얼음 밑 물 흐르는 소리, 겨울 바람과 눈보라 부는 소리 등은 ‘자연의 소리’다.

 시골노인 기침소리와 시골분교 풍금소리는 중장년층에게 유년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고향의 소리’다.

 ‘삶의 현장의 소리’는 우리만이 갖는 따뜻하고 토속적인 감성을 느끼게 한다.

 왁자지껄한 창원 소시장 소리, 여물 끓이는 가마솥의 물방울 울림소리, 해녀가 물위로 올라 숨고르는 소리는 우리의 삶을 물씬 묻어나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영상과 현장의 소리로만 제작해 생생함이 살아있다.

 대상을 미화시키거나 시청자의 불필요한 감성을 유발하지 않도록 내레이션을 빼고 배경음악을 최소화한 것.

 더구나 지난 6월 방영됐던 TV프로그램에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서라운드 입체음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다. 재현되는 각 소리는 디지털 시험방송에 대비해 고화질(HD) TV의 표준 음향규격인 5.1서라운드 입체음향으로 채록됐으며 꿈의 영상매체인 DVD가 이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