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아버지 거시기 오른쪽으로 가랑께. 오른쪽으로.”
“아그야 말대로 안 된당께. 와따 어렵네.”
아버지와 아들이 축구게임 ‘피파2001’을 놓고 옥신각신이다. 아무래도 상대팀에 밀리는 듯 아들의 훈수소리가 점점 커진다.
#장면 둘.
“다시 할 수 없어예. 실수했다니까예. 다 이긴 게임인데 아까워서 우짜노.”
경기에서 진 초등학생이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와 형이 나서 달래봐도 막무가내다. 무조건 다시 하자고 우긴다. 그러나 대회 관계자가 게임CD 하나를 선물로 내놓자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치고 싱글벙글이다.
제1회 전국사이버게임체전 지역 예선이 지난달 19일 대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부산·광주·대전·경기 등 지역마다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색 게임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 것.
전국사이버게임체전은 전국체전을 벤치마킹한 게임대회다. 체전이 전국의 스포츠 꿈나무를 발굴·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듯 ‘게임체전’ 역시 게임 꿈나무를 발굴하고 ‘e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디지탈닷컴, 겜티브이, 동아방송대학 등이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공식 후원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게임체전’의 면모까지 갖췄다.
대회 참가 자격은 전국체전과 달리 나이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 또 프로와 아마 구분없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다.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공동 출전하는가 하면 일반인이 프로게이머와 맞대결을 펼치는 진풍경도 속속 연출된다.
현재 지역 예선은 6대 지역 가운데 대구·부산·광주 등 3곳의 경기가 끝난 상태. ‘피파2001’ ‘하이히트 베이스볼’ ‘캐롬 3D당구’ 등 9개 정식종목으로 펼쳐지는 지역 예선전에는 종목마다 ‘고향 대표선수’ 4명씩이 가려진다.
대전·경기·서울 지역예선이 끝나면 대망의 결선은 다음달 6∼7일 양일간 제82회 전국체전이 열리는 천안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중반 레이스에 접어든 지역 예선전에는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하고 참가자들은 그동안 쌓아온 기량을 뽐내느라 ‘비지땀’을 흘리기도 한다. 또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고향에서 대거 출전하는 등 숱한 얘깃거리도 탄생하고 있다.
대회 초반판세는 아무래도 청소년들과 프로게이머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종목마다 지역별 4명의 대표선수는 대부분 청소년들로 채워지고 있다. 또 국기봉·봉준구·송병석·이봉열 등 대회에 출전한 프로게이머들의 경우 모두 본선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대회 본선은 9개 종목에 216명의 지역 대표가 출전, 종목별 ‘왕중왕’을 가린다. 전문가들은 현재 3개 지역 예선에서 프로게이머들이 한명도 떨어지지 않은 점을 들어 본선 역시 프로게이머들이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체전’은 경기결과를 떠나 게임대회 불모지였던 지방에도 ‘e스포츠’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