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정용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이 개화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국내 비디오 게임시장은 하드웨어 밀수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판치는 전형적인 ‘그레이 마켓’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비디오 게임기가 정식 수입 유통된 데 이어 소니·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국내 비디오 게임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국내 게임개발업체들이 서드파티 계약을 통한 비디오 게임 타이틀 개발을 앞다퉈 추진, 그동안 음지에 머물러 있던 국내 비디오 게임시장이 정식 게임시장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하드웨어 속속 진출=비디오 게임기 시장은 국내 유통업체가 정식 수입절차를 밟아 유통함으로써 먼저 형성되고 있다.
게임유통업체인 GRI(대표 김희석)는 지난달 일본 세가의 비디오 게임기 ‘드림캐스트’를 정식 수입, 국내 유통하고 있다. 또 도서출판 및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대원씨아이(대표 최영집)는 지난 4월 일본 닌텐도의 휴대형 비디오 게임기인 ‘게임보이어드밴스’를 정식 수입,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정식 수입 게임기는 그동안 밀수를 통해 밀거래 되던 게임기에 비해 최고 20% 가량 가격이 저렴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비디오 게임기의 메이저격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MS의 X박스의 국내 출시 일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진출을 차일피일 미루던 소니는 지난달 중순 PS2를 한국시장에 정식 유통할 계획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PS2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내에 정식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소니가 국내 진출을 서두르자 MS 역시 X박스의 한국 유통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MS코리아는 최근 X박스 전담팀을 만들고 X박스 국내 출시일정을 당초 내년 가을에서 내년 초로 앞당기기 위해 미국 본사와 조율 중이다.
이밖에 게임기 개발업체인 게임파크(정대욱)는 국내 업체 최초로 휴대형 비디오 게임기인 ‘GP32’을 개발 오는 10월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업체 게임 타이틀 개발 ‘러시’=이같은 움직임은 게임기시장이 본격 형성되면 소프트웨어인 게임 타이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대표 이정근)와 판타그램인터랙티브(이상윤) . 이들은 올해 초 MS와 X박스용 게임 타이틀 개발을 위한 서드파티 계약을 맺고 최근 툴킷을 미국에서 들여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경우 지난달 일본 닌텐도의 휴대형 게임기인 게임보이어드밴스용 게임 타이틀 개발권까지 획득, 이 분야에서 가장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소프트맥스·이소프넷·엔씨소프트·넥슨 등 PC 및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MS나 소니 등과 잇따라 접촉, 비디오 게임 타이틀 개발 및 유통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망 및 문제점=전문가들은 그동안 불법으로 국내 유통된 비디오 게임기가 100만대에 달했던 점을 들어 합법적인 시장이 형성되면 비디오 게임시장은 단번에 PC 및 온라인과 맞먹는 주류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비디오 게임은 그래픽이나 인공지능 등 기능면에서 PC 및 온라인 게임을 능가하고 있어 시장 파괴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0억원대에 머물렀던 국내 비디오 게임시장은 향후 수년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등 엄청난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의 경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전부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적지 않다. 국내 업체들은 게임기의 경우 기술력과 채산성 등의 이유로 자체개발을 이미 포기했고 소프트웨어의 경우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작품수준이 아직 세계 수준에 못미치는 데다 타이틀 수도 태부족한 실정이다. 또 시장팽창에 따른 외화 유출등의 후유증도 적지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