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업 짝지워주기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몸집 불리기를 통한 코스닥 등록 전략이 벤처캐피털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4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업체들은 투자기업의 코스닥 등록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투자기업간 인수합병( M&A)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시너지를 높여 코스닥 등록을 앞당기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M&A의 대상은 1년여 후에 코스닥 등록이 예상되는 기업과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초기기업중 기술력이나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들이다. 초기 기업들의 경우는 코스닥 등록을 통한 투자회수 기간을 2∼3년 이상 줄일 수 있고 코스닥 등록 예정기업의 경우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매출을 비롯한 외형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기술투자는 5일 기업용 회계솔루션 개발 벤처기업인 넷포텍스를 내년 중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동종업종의 KAT시스템에 합병시킬 계획이다. 지분율은 10%에서 5%로 다소 낮아졌지만 코스닥 등록시기를 앞당겨 투자회수 시기는 빨라질 전망이다. 또 합병으로 KAT시스템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 코스닥시장 등록 후 회수할 수 있는 금액도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넷포텍스의 경우 안건회계법인, 싸이버텍홀딩스, KTB네트워크, 동원창업투자, SL인베스트먼트, 아주기술투자 등 다른 투자사들도 이같은 M&A에 흔쾌히 응했다.

 KTB네트워크도 지난 4월 투자회사인 한시큐어를 안철수연구소에 M&A시켰다. KTB네트워크는 한시큐어 매각대금을 안철수연구소의 21억4300만원 어치(전환가 주당 4만7000원)의 전환사채(CB)로 받았다. 안철수연구소가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를 통과, 다음주 중으로 거래가 개시되는 만큼 KTB네트워크는 느긋하게 투자회수 시점만을 정하면 되는 상황이다. 적당한 시점에 CB를 주식으로 전환, 한시큐어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LG벤처투자의 경우도 올 들어서만 티브이넷을 엔터원에, 넷시큐어를 인텔리테크에, 캐쥬얼진스닷컴을 HMM에 합병시켰다. LG벤처투자 김석근 이사는 “투자기업들의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게 1차 목표”라며 “코스닥 등록을 앞당겨 투자회수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이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물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는 한게임을 네이버에 합병시킨 것을 계기로 투자업체의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정도에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IMM창투도 최근의 이같은 상황을 반영, 몇몇 투자업체에 대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백상석 기획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말할 수는 없다”며 “이같은 전략에 대한 회사 내부 방침이 정해진 만큼 투자업체들간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 사례가 상당수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투자회수 기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같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기업간 M&A 사례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