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반응-합병태풍 영향권 불분명

 이번 HP의 컴팩컴퓨터 전격 인수가 시스템통합(SI) 업계에 미칠 파장을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PC 및 서버 분야 세계 2, 3위의 결합이라는 규모면에서는 긴장할 일이지만 직접적인 경쟁관계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국내 SI에 해당하는 전문조직을 출범시키고 정보기술(IT)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선 컴팩의 사업전략이 합병된 회사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위협적인 요소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이 “상호보완적인 조직과 제품군이 결합함에 따라 주주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공식 표명한 것처럼 HP의 하드웨어와 컴팩의 소프트웨어 결합이라는 함수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SI업체인 삼성SDS는 HP-컴팩의 합병에 약간 들떠있는 분위기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차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HP와 협력체제를 공고히 한 점을 예로 든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체가 구매하는 HP서버의 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라는 후문이다.

 삼성SDS는 따라서 HP와의 상호호환적 협력관계를 상정한 기회를 엿보기도 한다. e비즈니스 솔루션을 향후 10년후의 수종사업으로 드라이브하고 있는 삼성SDS는 고유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HP와의 전략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로 예정된 칼리 피오리나 HP회장의 방문에 맞춰 삼성SDS와 HP의 대규모 제휴설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한국HP의 관계자는 “이번 피오리나 회장의 방문은 한국시장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문기간 동안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각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쌍용정보통신은 이번 합병에 대해 조용한 편이다. 쌍용정보통신은 최근 잇따라 수주한 방송, 국방, 월드컵 관련 대형 SI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또 칼라일로의 매각 불발 이후 계속해서 오르내리는 매각문제에 대한 매듭을 짓는 일이 우선이다. 쌍용정보통신의 새로운 매각 대상으로 컴팩 등이 거론된 것은 사실이나 이번 합병으로 매각대상은 더욱 미궁에 빠졌다.

 쌍용정보통신의 대주주인 쌍용양회측은 “매각에 대해서는 이달안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