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전면 시행된 주유소 복수 폴사인(pole sign·상표표시)제와 함께 촉발된 정유사간 유가 인하경쟁으로 인해 정유 B2B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S-오일이 9월분 휘발유 가격을 직영주유소 판매가 기준으로 전달대비 49원 인하했다. 이같은 큰 폭의 인하는 지난 97년 유가자유화 조치 이후 처음이다. 이에 맞서 SK가 4일부터 자사 휘발유가를 29원 내린 데 이어,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 등 경쟁 정유사 역시 유가 인하폭을 놓고 현재 내부 조율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이같은 가격인하경쟁은 정유 e마켓플레이스에 결국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정유 e마켓이 취급하는 대부분의 물량은 이른바 ‘논브랜드(non brand) 제품’이다. 정유사에서 직접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e마켓들은 덤핑시장에서 유통되는 논브랜드유를 제공받아 주유소, 부판점, 공장 등 중대형 수요처에 납품한다. 즉 브랜드유와 논브랜드유간의 가격차에서 나오는 유통마진이 정유 e마켓의 주 수익기반인 셈이다.
하지만 정유사의 브랜드 유가가 원천인하돼 출시되면 논브랜드유와의 가격차는 좁혀진다. 따라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굳이 e마켓을 통해 정유를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 정유 e마켓 중 하나인 예스오일(http://www.yesoil.com)이 4일 오전 현재 자사 e마켓을 통해 공시한 휘발유가는 리터당 1175원. 이는 S-오일의 출고가인 1190원에 비해 15원 가량 싼 수준이다. 업계는 정유사 브랜드유보다 리터당 최소 35원 이상은 저렴해야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복수 폴사인제 시행에 따른 정유 B2B업계의 공급물량 확보난도 큰 문제다.
이달부터 복수 폴사인제가 시행됨에 따라 각 정유사들은 자사 직영 유통망 강화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따라서 기존 자영 대리점 대상 공급물량은 크게 줄이고 있어, 이들을 주요 공급처로 삼고 있는 정유 B2B업체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유가인하 경쟁이 장기간 지속되면 국내 정유 e마켓의 주요 공급원 중 하나인 수입정유사 역시 경영난이 예상돼 결국 국내 정유 B2B시장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분석이다.
예스오일 양만희 사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정유 B2B업체가 특별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며 “일단 SK·LG 등 관련 업체의 대응방안을 분석하며 사태추이를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는 정유 B2B 활성화를 위해 e마켓 공급원 안정화, EC유류 제품에 대한 감세조치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