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반응

 세계 3위의 PC업체인 HP가 2위 업체인 컴팩을 인수하면서 국내 PC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히 크다.

 국내 PC업체들과 모니터 및 광저장장치 업체들은 이들 업체에 적지 않은 물량을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그동안 이들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PC를 공급해온 삼보컴퓨터·LG전자 등 국내업체간 희비쌍곡선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수혜자는 HP와 오랜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삼보컴퓨터.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OEM 및 제조자디자인방식(ODM)으로 전체 수출물량의 35% 가량인 200만대를 HP에 공급해 왔다. 윤보영 해외수출담당 이사는 “다행히 HP가 컴팩을 인수함으로써 물량확대가 기대된다”며 “특히 HP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최근 델에 맞서 저가 PC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가격경쟁력을 갖춘 삼보컴퓨터로서는 호재”라고 밝혔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일부지역에서는 HP를 대신해 물류나 사후관리를 대행해 주는 아웃소싱계약까지 체결할 정도로 HP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이번 빅딜로 데스크톱PC 외에 노트북PC까지 협력분야를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머신즈가 빅딜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틈타 시장 장악력을 회복할 경우 이머신즈를 통한 수출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윤 이사는 “이번 빅딜이 올해 수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내년부터는 수출물량 확대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체 거대화에 따라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PC가격 인하압력이 하청업체로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삼보컴퓨터는 오는 10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국내에 방문하는 칼리 피오리나와 한차례 미팅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컴팩과 노트북PC ODM 수출을 진행해온 LG전자로서는 이번 빅딜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컴팩의 프리자리오라는 노트북PC를 생산해 왔으며 점차 생산물량이 확대되는 추세였다. LG전자측은 “아직까지 컴팩측과 확인되지 않아 향후를 점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컴팩이 최근 대만의 대행생산업체를 일부 정리해온 것과는 달리 LG전자를 통한 PC공급은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빅딜이 LG전자 PC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빅딜로 국내 모니터·광저장장치 업체들도 영향권내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HP나 컴팩에 적지 않은 물량의 모니터나 광저장장치를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어제부터 이러한 내용의 첩보가 입수돼 진위여부를 확인해 왔다”며 “이번 빅딜로 HP가 더욱 대형화되면서 모니터·광저장장치 등의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중단기적으로 납품량 축소와 단가인하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모니터 및 광저장장치 업체들은 이번 빅딜에 따라 내부 대비책 마련에 착수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