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고정>순정

 메마르고 척박한 현실에서 모든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영웅의 상은 어떤 모습일까.

 KBS 새 미니시리즈 순정(월·화 밤 9시 50분)은 이처럼 다소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제목처럼 휴먼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냉정하고 이기적인 한 신출내기 형사가 살인자를 쫓으면서 알게 된 여인을 통해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영웅이 되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극의 줄거리는 가장 살벌한 인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형사와 살인자의 대립구도를 따라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개성을 그린다.

 극의 중심인물인 한세진 역은 이요원이 맡았다. 드라마 ‘푸른 안개’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여대생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던 이요원은 재생 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고시 준비생으로 분한다.

 가난한 집 출생인 세진은 부잣집 딸로 성장하게 되지만 양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일생일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살인자를 쫓다가 세진과 인연을 맺게 되는 강력반 소속 신참 형사 이찬석 역은 류진이 맡았다.

 류진은 겉보기에는 대책없고 저돌적인 신참 형사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사건을 접하면 집요하고 예리한 판단력을 지닌 프로로 변한다.

 세진의 친호빠인 현기 역의 이종원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한때 폭력조직에 가담했던 그는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염정아의 연기변신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퇴학을 당하는 문제아 이호숙 역으로 분한 염정아는 경상도 사투리를 억척스럽게 구사하는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드라마 나들이에 나서는 미스코리아 출신 손태영의 상큼한 연기와 선우은숙·천호진 등 중견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볼 만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