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스(MEMS: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란 반도체 가공방법을 응용해 미세기계구조를 가공하는 기술 또는 가공된 제품을 지칭한다.
수㎛ 이하의 초미세구조를 지닌 기계·장비를 설계해 낼 수 있어 차세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로 부각되고 있는 이 멤스 기술이 실상용될 경우 전자·기계·의료·방산 등 전 산업 분야에 엄청난 변혁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돼 세계 각국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멤스기술은 3차원 미세구조 설계로 확대되는 등 응용범위가 사람들이 미처 예상치 못한 분야로까지 확산돼 엄청난 산업 유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멤스기술로 전기적 장치와 기계적 장치를 집적하면 품질 및 비용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선진각국은 국가적인 연구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MEMS기술의 응용범위는 자동차에어백의 가속도센서나 잉크젯프린터 헤드 등에서 벗어나 무선부품, 광부품, 미세기계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서도 멤스 관련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멤스 관련 기술 및 기업이 속속 탄생하면서 멤스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계 인맥도 최근들어 두터워지고 있다.
당초 반도체공법을 기초로 발전한 멤스는 단순한 응용기술단계에서 벗어나 현재 독자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학에서는 멤스를 공과대학원의 정규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우연히 멤스연구의 길로 빠져든 1세대 멤스학계인맥과 달리 처음부터 정식으로 멤스분야 박사학위를 딴 연구인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MIT와 버클리 스탠퍼드 등 해외유수의 대학에서 풍부한 연구경험을 쌓은 한국인 교수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 해외파 멤스학계 인맥 중에서는 미국 첨단 방위연구 프로젝트국(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 발주한 대규모 멤스개발 프로젝트를 지원받아 다른 나라 멤스학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사례도 있다.
아직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만 한국의 멤스학계는 짧은 시간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무엇보다 현재 국내 멤스학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교수진들의 공로가 크다.
멤스관련 주요 학계인맥을 보면 다른 공대분야와 달리 연령층이 젊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 교수진은 대부분 40대초반으로 지난 80년 후반들어 해외에서 멤스라는 기술개념을 배워서 국내에 퍼트린 프런티어격에 해당한다.
마이크로세계에 3차원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신기한 기술학문적으로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면서 이들 학계인력은 민간 벤처기업의 멤스 관련 연구개발(R&D)을 지원하며 국내 멤스기술분야를 이끌고 있다. 멤스관련 교수진들은 미세 멤스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노테크놀로지 연구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엄밀히 말해 멤스와 나노기술은 다른 분야에 해당하지만 아직 나노테크놀로지 관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멤스관련 학계인맥은 한차원 높은 미세기술인 나노테크놀로지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외국학위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데서 벗어나 국내파 석·박사급 멤스전문인력의 배출도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에 해당한다.
한국의 풍부한 반도체 전문인력과 운영기술은 멤스기술발전에 최적의 토양을 마련하고 있어 멤스기술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계의 책임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멤스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직접 기업을 창업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일선에서 뛰는 교수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멤스관련 펀딩이 바이오분야로 집중되면서 반도체기술과 전혀 관련없던 의료분야 전문가들도 멤스학계에 기웃거리는 경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우선 국내 멤스분야 인맥을 살펴보면 미국 버클리출신 학맥이 상당히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멤스연구회 위원장인 아주대 양상식 교수와 카이스트 조영호 교수, UCLA의 김창진 교수가 모두 버클리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국내 멤스학계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물들이다.
아주대학교의 양 교수(45)는 서울대 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나온 뒤 지난 88년 버클리대학에서 기계공학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에 돌아왔다. 뉴저지 기술연구소에서 잠시 근무한 양 교수는 89년 이후 아주대에서 멤스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실적은 실리콘 마이크로센서 및 소자에 대한 연구와 정밀 위치제어기술, 자동차 현가장치 및 유연계의 진동제어 등이며 현재 멤스연구회 위원장을 맡아 각종 멤스관련 심포지엄과 대정부 정책제안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의 조 교수(45)는 현재 KAIST의 마이크로랩을 담당하며 각종 멤스관련 연구개발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조 교수는 잉크젯 헤드가공에 쓰이는 멤스기술개발을 비롯해 각종 민간업체의 멤스관련 기술개발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현재는 통신용 광부품분야 멤스기술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버클리대학의 센서액추에이터센터에서 연구활동을 한 조 교수는 지난 90년대 나온 마르키스 과학인명사전에 두차례에 걸쳐 한국계 멤스전문가로 등재돼 국제적인 지명도를 인정받았다.
조 교수는 지난 90년 버클리대학에서 멤스분야 공식적인 첫번째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국내 멤스연구를 이끌어 멤스학계에서 정통코스를 밟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의 김 교수(43)는 국내 멤스관련 학자로서 해외서도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진 몇 안되는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지난 87년부터 멤스분야에 가장 권위있는 학술잡지인 저널오브 멤스의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멤스관련 해외학계에도 국제적으로 많은 지인을 둬 후학들의 해외진출에 버팀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기공학분야에 강세인 UCLA에서 펀딩이 몰리는 바이오멤스분야에 연구력량을 집중해 많은 논문과 연구실적을 내면서 미국학계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멤스기술연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들 버클리출신 학계인맥은 대외적으로도 중요한 요직을 차지하고 해외서도 맥을 잇는 후학양성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또다른 한국계 해외 멤스학계인맥으로 분류되는 신시내티 공과대학의 안종혁 교수는 서울공대를 거쳐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 교수는 미국방성 DARPA의 지원을 받아 현재 바이오멤스분야에 국제적으로도 가장 큰 개발프로젝트 중 하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안 교수가 맡은 멤스연구사업은 마이크로 토털아날리스시스템으로 불리는데 신체 내시경을 통해 소형 바이오칩을 삽입해 인체내부의 변화를 실시간 분석하는 의학용 첨단센서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89년부터 서울대 전기공학부교수로 재직 중인 전국진 교수(47) 역시 멤스연구개발분야에서 초창기부터 노력해온 1세대 인물로 불린다.
서울공대를 나온 전 교수는 미시간 대학에서 멤스연구경험을 쌓고 국내에 돌아온 지난 89년국내 최초로 마이크로시스템 앤 나노테크놀로지라는 멤스연구실을 일찍부터 만들어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아직 반도체에 대한 개념조차도 희미하던 당시 멤스라는 첨단기술개념을 이용한 마이크로센서와 액추에이터에 대한 연구개발노력은 당시 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전 교수는 국내 멤스산업의 하부구조를 다지기 위해 서울대 반도체공정연구소의 멤스라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상업용 RF멤스부품의 자체개발에도 착수했다.
산자부의 도움으로 차세대 기술사업을 맡은 전 교수는 고주파에서 동작하는 소형 통신부품인 멤스기반의 통신용 트랜시버를 개발해 멤스기술의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재직중인 김용권 교수(42)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마이크로 리니어 액추에이터의 모델링과 디자인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93년부터 서울대 마이크로 머신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김 교수는 히타치 중앙연구소에서 액추에이터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관련 연구를 하는 등 일본에서의 연구경력이 풍부해 일본파 멤스인맥으로 불린다.
서울대 전기공학부의 조동일 교수(42)도 멤스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사.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을 나와 MIT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거친 이색적인 경력을 갖고 있는 조 교수는 87년까지 MIT대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기계, 항공우주과 교수와 재료연구소의 겸임교수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에서 공과대학기술정책과정도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99년 일본 주오대학의 전기공학부 객원교수로 나가 일본 멤스학계에도 지인이 풍부하다.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에 몸담고 있는 박정호 교수(41)는 미국 퍼듀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마쳤으며 마이크로세계에서 반도체공정을 주제로 꾸준한 연구활동을 해왔다.
박 교수는 지난 96년부터 고대 전기공학부에 마이크로시스템연구실을 처음 개설하고 10여명의 대학원 졸업생을 배출했다. 주력 연구방향은 멤스기술과 전기화학적인 반응을 이용해 DNA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실험방법과 질병을 체크하는 바이오칩, DNA칩 등 바이오멤스쪽이며 이 분야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