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은 올해 제조업체의 폐전자제품 처리 의무화법을 비준할 예정이다.
몇 년 전부터 컴퓨터 등의 폐전자제품의 환경오염 대처방안을 논의해온 유럽의회는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중고제품을 회수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폐기물을 단계적으로 제거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올해 비준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PC제조업체 등은 수은·카드뮴·다이옥신 등의 오염물질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해야 하고 기존 생산시설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우려가 있어 그간 이 법안의 적용을 연기시키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여왔다.
유럽연합보다는 늦지만 세계 최고의 PC보급률을 지닌 미국도 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PC제조업체, 환경단체 등과 폐전자제품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회담을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역마다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주마다 제도 도입수준이나 내용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네소타는 샤프·파나소닉·톰슨·필립스 등과 회담을 갖고 있으며 플로리다는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특히 오리건과 아칸소는 PC구매시 리사이클량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매사추세츠는 CRT모니터 매립을 금지하고 있으며 다른 주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폐기물 처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기대가 높아지면서 몇몇 PC제조업체들 이 PC 재활용에 대해 경제적인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소니는 미네소타와 지난해말 주에서 판매된 소니의 모든 전자제품과 PC제품을 회수하기 위한 5개년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다른 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IBM 역시 지난해말부터 운송료를 포함해 소비자와 소규모 비즈니스업체들이 시스템·모니터·프린터 및 주변기기를 29.99달러에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한다고 발표했다. 델은 델익스체인지라는 프로그램을 도입, 소비자가 폐PC를 처리할 때 현금교환이나 경매를 통한 판매·기증 등의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는 일부 PC제품의 포장물에 코팅을 하지 않는다거나 스티로폼 대신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폐PC 회수나 재활용과 관련된 체계적인 제도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