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로 서있는 비만의 거구.’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기형적 구조를 빗댄 한 전문가의 말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한국에 있고 연간 260억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를 수출하는 주요 생산국이지만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자칫 넘어지기 쉬운 절름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메모리 반도체로 대변되는 시스템LSI사업의 경우 우리는 그 비중이 12%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93%, 유럽과 일본은 각각 60%, 55%에 달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약 103억달러 규모를 이뤘던 국내 반도체 내수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70%인 70억달러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 89%에 달하는 물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를 낳았다.
이 때문에 외국 시스템 및 반도체업체 관계자들이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대표적인 D램 메이커쯤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매출 105억달러 중 비메모리 반도체가 18억달러로 17.1%에 머물렀다. 하이닉스반도체도 5% 정도에 그친 것으로 데이터퀘스트는 집계했다.
이는 비메모리사업과 플래시메모리사업을 병행하면서 양쪽 모두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는 인텔·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과 비교한다면 균형감각을 상당히 잃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개별업체들의 사업구조 편협함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최근 D램 수출부진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위기다.
주력 수출품목이었던 64MD램의 가격이 60∼70센트 선으로 떨어지고 128MD램도 원가이하인 2달러대 밑으로 하락하면서 전체 수출물량의 15%를 차지했던 반도체 수출비중이 6∼7%대로 악화됐다.
또 매월 집계하는 수출실적도 반도체 수출악화로 감소로 돌아서 30년만에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전체적인 IT경기의 악화가 가져온 불가항력의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D램 위주로 형성된 국내 반도체산업의 구조가 위기를 더욱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의 육성은 한국경제의 밑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