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통합 국내 파장](1)서버시장 장악 발판 마련

 지난 4일 미국 휴렛패커드(HP)와 컴팩컴퓨터의 250억달러 규모 합병안이 전격 발표됐다. 연매출 합계가 911억달러(약 118조4300억원)를 넘는 두 업체간 합병은 전세계 IT업계에 큰 충격을 몰고왔으며 이런 파장은 벌써 국내에도 밀려오고 있다. 해당 업체는 물론 경쟁업체들도 이번 합병의 득실을 파악하기에 분주하다. 국내 IT시장을 놓고 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두 대형 업체가 과연 어떤 형태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두 한국 지사간 사업·조직 통합과 관련한 고려사항 등을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한국HP(대표 최준근)와 컴팩코리아(대표 강성욱)는 모두 국내 IT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을 대표하는 선두주자들이다. 한국HP와 컴팩코리아의 지난해 연매출은 각각 1조5190억원과 6500억원으로 이를 합칠 경우 2조원이 넘는다.

 두 회사의 IT사업도 국내시장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데스크톱·노트북PC를 비롯해 PDA·서버·스토리지·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SI) 등 거의 전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사업이 추진돼왔다.

 양사의 합병은 이런 ‘규모’면 외에도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궁합이 잘 맞는다.

 ◇합병으로 인한 상호보완 효과=서버시장에서 한국HP는 올들어 슈퍼돔을 앞세워 유닉스서버 부문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컴팩코리아는 프로라이언트 서버를 통해 PC 서버시장에서 선두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컴팩코리아는 금융권에서 고정적인 고객을 갖고 있는 무정지시스템 탠덤으로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의 합병은 국내 서버시장에서 메인프레임급을 제외한 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한국HP가 유닉스기반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데 반해 컴팩은 윈도NT기반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상승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트북 분야에서도 컴팩코리아가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보이며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HP는 국내에서는 노트북사업을 벌이고 있지 않아 보완효과가 기대된다.

 ◇합병 성공을 위해 남겨진 숙제=하지만 일부에서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양사가 앞으로 많은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두 회사의 사업별 강세가 교차되고 있는 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양사 제품이 겹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 품목에서 어느 회사의 제품라인을 단종시키고 어느 품목을 계속 유지시키는가를 결정하는 사업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한국HP 1100명, 컴팩코리아 670명 등 두 회사를 합쳐서 1700명이 넘는 인력을 어떻게 통합·관리하는가도 숙제로 남아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동일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두 조직원들간 융합을 끌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양사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조직을 많이 운영하고 있고 이미 전세계적으로 합병후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감원이 있을 것으로 발표된 만큼 국내지사 통합과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감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조직 통합은 향후 합병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이외에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하루빨리 마무리짓는 것과 기존 고객이탈 방지를 위한 공동 대응방안 도출, 개별적으로 진행해오던 국내 벤처지원프로그램의 향후 추진문제 등 양사가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