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규정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장관고시 규정으로 보조금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통부는 지난해 6월 이후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와 중복투자 억제를 양대축으로 1년 넘게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던 상황이어서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에 대한 법제화 과정에서 예외조항을 삽입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파격이다.
정통부 내에서조차 지난 상반기부터 정보통신기기산업 활성화를 위해 단말기 보조금 금지정책에서 이제 한발 빼야 한다는 정책국 입장과 통신시장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보조금 지급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원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선택적 보조금 부활 찬성=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탄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신규 서비스 창출 및 제조업체 활성화 등 IT경기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산업정책을 다루고 있는 정통부 정책국에서 계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정책국 관계자들은 무선인터넷 단말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지난해 6월에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전격 금지되면서 무선인터넷 단말기 보급이 지체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동통신산업의 침체를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는 무선인터넷 단말기 보급 지연을 야기했고 이는 IT산업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던 무선인터넷 시장의 활성화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책국의 설명이다.
정책국은 최근 IT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의 탄력적 대응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cdma2000 1x, PDA, 노트북용 무선모뎀 등 지금까지 활성화되지 못한 신규 서비스 및 산업을 위해서는 특별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그래야만 1∼2년 후 이들 산업이 전략적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국의 이같은 목소리 이면에는 산업계의 주장이 뒷받침되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통해 가입자 기반을 무선인터넷으로 전환했다면 신산업으로 분류되는 CP의 수익성은 현재보다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는 cdma2000 1x 서비스의 지연에도 일조했다”며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cdma2000 1x 서비스를 제공해온 SK텔레콤의 경우 cdma2000 1x 단말기가 판매되지 않으면서 전국망 설계에도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연관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PDA업체 관계자들도 “PDA에 대한 보조금이 서둘러 시행되지 않으면 외산 PDA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국내 제조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조금 지급 엄격 규제=정책국의 이같은 의견과 달리 통신서비스를 관장하고 있는 정보통신지원국은 지금까지 단말기 보조금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피력해왔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2800만명에 육박해 있어 보조금이 선택적으로 부활된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서비스사업의 특성상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SK신세기통신에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허용할 경우 이들 중심의 독점체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후발사업자들을 사실상 고사시켜 결국에는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택적 보조금 부활은 중고 단말기가 대량으로 양산돼 외국업체에 지불되는 로열티가 많아지는 등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신기술을 채용한 단말기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단말기 대부분이 cdma2000 1x망을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기 때문에 cdma2000 1x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사실상 보조금 전면 허용이라는 의미다. 또 PDA, 노트북용 모뎀 등에 대한 보조금을 선택적으로 허용할 경우 기존 단말기 제조업제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보조금 지급 금지 법제화와 예외조항 신설에 대해 SK텔레콤과 단말기 제조업체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후발사업자인 PCS사업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보조금 지급 금지 법제화에 대해 찬성하나 무선인터넷 단말기, cdma2000 1x 단말기 등 신기술 단말기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년간 비대칭규제를 받음으로써 향후 주력 서비스가 될 무선데이터 부문 등에서 기회를 놓쳤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측은 첨단기술제품에 대한 선택적 보조금 지급으로 신규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으며 편법·불법 보조금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첨단기기에 대한 규정이 애매해 일단 보조금이 지급되면 사후통제가 불가능해 보조금은 일체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F측은 지난 7월 이후 SK텔레콤측이 마케팅에 나서면서 SK측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SK측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마케팅에 나설 경우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텔레콤은 원칙적으로 단말기 보조금 지급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다. LG텔레콤측은 예외조항을 사용하더라도 지배적 사업자 및 유력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에는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