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잉크시장 떠오른다

 보고서 출력 등 프린터를 사용하는 일이 잦은 대학생 A군. 그만큼 잉크 구입비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잉크충전소를 이용하면서 돈을 절약하는 재미가 짭짤하다.

 잉크를 리필하는 데는 보통 8000원 정도가 드는데 3만∼4만원씩하는 정품 잉크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 아침에 잉크 충전소에 잉크카트리지를 맡기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찾기만 하면 돼 번거로울 것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 리필잉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잉크충전소가 생겨나 리필잉크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잉크충전소는 프린터용 리필잉크를 판매하거나 주입식의 경우 리필잉크를 대신 넣어주는 곳. 현재 학교 주변과 시내 중심가 등 전국적으로 2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잉크 리필방식은 일대일로 대체하거나 기구를 이용해 카트리지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특히 주입식의 경우 사용에 불편이 많았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잉크충전소는 이같은 번거로움을 크게 덜어주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잉크테크, 잉크메이트, 알파켐 등 전문 리필잉크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제품의 품질 역시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리필잉크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IDC 등 시장조사기관에 의하면 지난 99년 전체 930만개의 잉크카트리지 중 25% 정도인 380만개가 리필제품(비정품 포함)이었고 지난해에는 1320만개 중 430만개로 그 비율이 30%로 늘어났다. 올해 역시 잉크충전소 등의 확산에 힘입어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리필잉크 시장의 확대에 프린터업체들은 속이 탄다. 출혈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소모품 매출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리필시장이 전체 잉크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리필시장의 성장으로 프린터가 판매된 만큼 소모품 매출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린터업체들은 정품 사용의 이점을 알리는 캠페인을 실시하거나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 리필시장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

 HP 관계자는 “리필제품의 품질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즐 막힘 등 프린터 고장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정품이 아닌 리필제품 사용으로 인한 프린터 고장에 대해서는 지원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엡손 관계자 역시 “일부 리필제품의 경우 잘 만들기도 하지만 해외에서 수입되는 잉크나 대다수의 리필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며 정품사용을 강조했다.

 실제 리필제품의 20% 이상이 전문리필제품이 아닌 모조품이나 비정품인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