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 對중국 수출 수익 창출 포기했나…

 ‘묻지마. 우리는 중국으로 간다.’

 중국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시장을 겨냥한 국내 통신장비업체의 중국진출 열기가 뜨겁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수요포화로 시장한계에 봉착한 중계기 업계가 중국을 탈출구로 여기는 모습이다.

 그러나 수익창출을 외면한 ‘묻지마식 저가입찰’로 말미암아 중계기 업계의 중국수출 첫 단추가 어긋나고 있다.

 넥스트링크의 최동식 사장은 “국내 중계기 업체들이 차이나유니콤 입찰에서 대당 1500만원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그동안 형성됐던 중계기 한 대당 3000만원의 수출가격과 비교해 너무 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계기를 수출할 때 성능평가에만 6개월, 공급기간도 2년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1500만원은 위험한 가격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2년 6개월여간 1500만원대 가격을 보전할 만한 여유가 없어 더욱 문제로 지적된다.

 차이나유니콤은 올해 안에 6000대 정도의 중계기를 구매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시험서비스 수준인 것. 국내 중계기 업계가 기대하는 매출증대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저가정책으로 시장을 연 후 물량증대를 노리는 전략도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물론 차이나유니콤은 내년 중으로 9만대 상당의 중계기 구매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외 30개 업체가 입찰전에 나선 상태여서 1500만원대 가격을 만회할 만한 물량이 한 업체로 집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동식 사장은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중계기는 당연히 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기술수준이 선진화된 국산 중계기의 고가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