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양 손창동 사장

 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서는 연 매출 100억원을 갓 넘긴 회사가 지난해 매출규모 467억원인 상장회사를 인수·합병(M&A)했다는 소식이 화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두달 후인 지난 8월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무선랜 방식의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기능을 지원하는 통신장비를 개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군납만으로 생존하긴 쉽지 않습니다. 날로 커지는 민간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전환해 나가지 않고는 어렵다는 생각에서 나온 성과일 뿐입니다.”

 민간용 통신장비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손창동 세양통신 사장(43)이 말하는 ‘변신의 이유’다.

 세양통신의 개발성과는 통신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라는 대기업들조차 내놓지 못한 것. 손 사장의 모습은 데뷔전의 첫타석에서 3루타를 때려낸 타자에 비유하면 적당할 듯싶다.

 통신장비업계, 특히 VoIP장비업계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지난 99년 세양통신 대표로 취임한 그는 사업 영역을 전환하는 체질개선에 나서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의 의지와 아이디어로 2년 만에 국내 최초의 무선랜방식의 VoIP를 개발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개발소식이 알려지자 삼성·LG 등 그동안 유선방식의 VoIP관련 장비를 개발해오던 대기업과 전문 벤처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해 놀랐습니다.” 세양은 이미 기업용 공급에 대한 협의는 물론 아파트초고속망 등을 무선화하는 데 관심을 보여온 D사 등과 시제품 공급협의를 마쳐놓고 있다.

 그는 제품이 본격 출시되는 10월부터 내수시장 공략은 물론 컴덱스쇼를 비롯한 각종 전시회 참여를 시작으로 수출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과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손 사장의 시도는 적어도 신기술 개발을 통해 보수적인 통신군납업체의 컬러를 민간용 기기 중심회사로 바꾸고 경영의 전환점을 모색하는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그는 세간에서 화제가 된 작은 기업(세양통신)이 큰 기업(서울전자통신)을 인수한 경영방침에 대해서는 당분간 기존 경영체제를 고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M&A에 대한 화제성 관심보다도 군납업체에서 민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시도와 노력을 지켜봐 달라는 것이 엔지니어 출신 사장인 그의 진지한 주문이다.

 세양의 변신노력은 CEO의 마인드와 비전이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이들에게 해답을 제공할 드문 사례로 이목을 끌고 있다.

<글=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