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네오캐스트 사장 kbt@neocast.co.kr
벤처기업의 생명은 도전정신이다. 한동안 우리경제는 과잉 벤처 열기로 올바른 벤처기업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고 일순간에 그 열기가 식으면서 벤처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조정기를 거쳐 이제야말로 벤처기업이 자신감과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서 나래를 펼쳐 보일 때다.
이런 시기에 일본시장에 대한 진출은 그 돌파구가 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온라인 산업수준은 세계 최강의 무선인터넷과 낙후된 유선인터넷이라는 이중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직도 뒤진 IT관련 기술과 잠재력이 큰 전자상거래시장이라는 특징은 인터넷 대중화가 빠르고 활용률이 높은 국내 상황에서 단련된 한국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으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또한 일본정부의 IT관련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지원과 통신요금 인하정책도 좋은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적 비교우위만으로는 일본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 힘들다. 높은 물가와 매사 철저한 계산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는 일본인의 치밀한 특성을 고려할 때 준비없는 진출은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본진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시장 진출에 있어 시장 진입기, 시장선점기, 브랜드 구축기라는 3단계로 나누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먼저 첫번째 단계인 시장 진입기에 고려해야 할 점으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지역 전문가 고용, 그리고 충분한 자금력 확보가 필요하다. 시장규모와 경쟁사 파악 등 기본적인 조사뿐만 아니라 현지 법규나 세금문제 등 현지 진출시 생길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시장에서 마케팅 역량을 갖추면서 본사와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신뢰할 수 있는 CEO를 선임해 현지 마케팅 인력을 중점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현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력이 구비돼야 한다.
시장 진입 후 두번째 단계로 시장 선점을 위해 각종 교류활동 및 전시회 참가, 제품의 완벽한 현지화(Localization), 그리고 철저한 기술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회사의 지명도 제고와 휴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사전영업활동으로 각종 교류활동에 활발히 참가하고 전시회 등에 제품을 소개하면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 현지 언어와 인터넷 환경에 맞는 제품 현지화로 외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탈피해 자국 제품과의 차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지 기술요원 확보와 함께 본사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교육 및 완벽한 사후 서비스로 현지 고객들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세번째 단계로 브랜드 구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일본의 비즈니스 관행과 문화를 체화한 일본식 기업사고로 현지 실정과 문화가 녹아있는 지속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에 유효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일본 시장에 대한 몇가지 유의사항을 들면 먼저 일본 시장 진출시 비용을 고려할 때 일본시장의 높은 임금수준과 세계 최고 수준의 지가 및 임차료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자국의 대기업을 선호하는 인력시장의 상황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력확보의 어려움을 감안해 리쿠르팅 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또 회계방식이 국제적인 방식과 다르며 손실처리 유예 연수가 구미 선진국들에 비해 단기라는 점, 투명한 기업경영을 중시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유통시장이 복잡하고 기업들의 계열화로 외국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으며 무엇보다 제품의 품질에 대한 엄격함과 민감함을 고려해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품질인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과열현상이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술력 없고 부실한 벤처들은 도태되었으며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실한 경영능력을 갖춘 기업들만이 살아남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에 현재의 상황은 곧 기회이며 일본시장은 그 기회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