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금지했던 방침에서 후퇴해 양성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즉 장관고시를 통해 보조금 지급을 양성화할 수 있는 규정을 전기통신사업법에 포함시키기 위해 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처럼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양성화하려는 데에는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진 않다.
우선 정부는 올해 들어 경기가 침체되자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업체들로부터 경기를 활성화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제도 부활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특히 정부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조치가 하나의 행정규제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업계로부터 들어야 했다.
여기에다 일부 이동전화서비스 업체까지 가세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부활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해 왔다.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부활하면 단말기 생산업체와 일부 이동전화서비스 업체에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동전화단말기 생산대국으로 단말기산업 발전이 수출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부활할 경우 폐단도 적지 않다. 우선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즉 자금여력이 충분한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경우 후발업체와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 사이에도 보조금 부활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갈린다.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은 서비스의 품질로 승부를 해야 하며 보조금을 통해서 하는 것은 산업발전이나 국민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단말기 보조금을 부활할 경우 과소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공산품을 자주 바꾼다. 이동전화단말기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동전화단말기는 최근 새로운 기능을 가진 cdma2000으로 바뀌고 있다. 또 이동전화단말기와 비슷한 개인휴대단말기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지급받는다면 기존 이동전화단말기를 새로운 제품으로 쉽게 바꿀 것이고 이 경우 국가 전체적인 낭비요인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보조금 지급에 따른 사업자들의 비용부담은 이동전화요금 등에 전가돼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현재 이동전화서비스 요금이 높다는 불만이 적지 않으나 보조금 제도까지 부활되면 이동전화 요금 인하는 요원할 것이다.
그리고 장관 고시로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부활할 경우 그것을 공정하게 집행한다 하더라도 이해가 엇갈리는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들에 두고두고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
이동전화단말기 생산업체들은 보조금 부활로 단말기 판매에 이득을 본다거나 제품 경쟁력을 살리려 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제품 생산원가를 낮추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단말기 보조금 제도를 부활하는 것은 분명 일부 득이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실이 많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