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사업자 특허분쟁 배경

 교통카드 시장을 둘러싼 선후발사업자간, 경쟁사간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지하철 교통카드 운영업체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케이비테크놀러지를 대상으로 50억원의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지난 2일 다시 케이비테크놀러지의 맞제소(130억원)는 단지 솔루션 업체간의 특허권 분쟁으로 이제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본지 8월 30일자 24면 참조

 선발 교통카드사업자와 솔루션 업체, 후발 전자화폐 업체와 이를 등에 업은 솔루션 업체들이 진행중인 시장진입과 수성을 위한 진통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허분쟁의 본질=업계에서는 한마디로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교통카드 솔루션 업체와 전자화폐를 내세운 후발 솔루션 업체간 특허분쟁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지하철 교통카드 SAM 공급업체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와 이번에 마을버스를 통해 신규 진입한 케이비테크놀러지가 시장참여에 따른 ‘권리금’을 놓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단말기 등 시스템 의존도가 미미한 몬덱스·비자캐시·에이캐시·K캐시·마이비 등 전자화폐 업체들은 이번 특허싸움이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몬덱스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업체가 데이터 수집처리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 서울시 교통카드와는 근본적으로 운영체계가 다르다”면서 “일부 영향은 무시할 수 없지만 교통카드 시장진입에 근본적인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변에선 케이비테크놀러지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마을버스 교통카드에 진출을 시도한 A캐시(대표 이재정 http://www.a-cash.co.kr)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씨엔씨엔터프라이즈는 50억원의 특허침해소송과 함께 자사 SAM에 대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에이캐시는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지하철 SAM을 철거하더라도 마을버스 시장진입에는 법적 하자가 없을 뿐더러, 이는 후불 신용카드 발급주체인 국민카드의 타격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캐시는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특허분쟁 대응방안을 이같이 정리하고 당분간 원주·경기도 등 지자체 신규진입에 전력하기로 했다. 에이캐시 관계자는 “이번 특허권분쟁은 사업자간 물고 물리는 이해손실이 있는 만큼 비록 법정대결로 치닫더라도 당분간 지리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넘어 산=이번 특허분쟁은 지하철 후불교통카드의 시스템 사용권에 제한된 싸움인 만큼 향후 불거질 갈등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가장 많은 이용건수와 발급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서울시 시내·좌석버스 교통카드 시장진입비용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정보통신부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중인 표준 SAM 보급이라는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하더라도 5개 전자화폐사업자들의 버스카드 시장참여권은 별개 문제기 때문이다. 서울버스조합과 인텍크산업에 대한 권리금조인 셈이다. 업계에선 8400여대에 달하는 버스카드 단말기 교체비용을 포함, 200억∼500억원에 달하는 시장진입비용이 필요하다는 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이번 특허분쟁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시스템 공급 및 카드데이터 수집업체들의 시장다툼은 해결이 훨씬 복잡한 사안이다. 향후 표준화에 힘입어 전국 지자체로 통합교통카드가 확산될 경우 기존 교통카드와 5개 전자화폐의 동시수용이 가능한 환경이 열리지만, 시스템 공급권이나 데이터 수집처리 사업권은 결국 에이스정보통신·씨엔씨·인터패스·케이비테크 등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카드 및 전자화폐를 지원하는 시스템 업체간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면서 “결국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공정한 경쟁입찰 등 해당 지자체의 도입원칙도 보다 명확하게 공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서울 버스카드나 부산 하나로교통카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해당 사업자가 교통카드 지불준비금 및 선수금을 관리하는 현행 자금관리체계도 문제점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