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의 의미와 전망

 하이닉스가 하이디스의 TFT LCD사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유동성 문제에 다소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오는 11월 말에 4억달러의 매각대금을 받게 돼 하반기에 목표로 한 8000억원대의 현금 확보 계획에 한층 다가서게 됐다. 무엇보다 당장 현재 논의 중인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원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투자 부진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로 어려움을 겪어온 하이디스의 임직원들도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됐다.

 그렇지만 이번 매각을 바라보는 국내 TFT LCD업계의 시각은 다소 착잡하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이나 국내 TFT LCD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업체를, 그것도 경쟁국인 대만에 내주게 됐다. 한국을 매섭게 추격하는 대만 업체와의 경쟁이 갈수록 버거워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매각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캔두가 대만과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 사업장을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캔두는 합작파트너이던 중국의 BOE를 시간만 지체시킨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독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이번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캔두는 인수 후에 대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자사의 대표사업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TFT LCD의 필수재료인 컬러필터를 생산하던 캔두는 일본 컬러필터업체의 선두주자인 STI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캔두는 관련 부품과 패널을 모두 만드는 종합 TFT LCD업체로 급부상할 수 있다.

 해리 링 캔두 사장은 “일본의 컬러필터업체 인수와 더불어 이번 하이닉스의 TFT LCD사업 인수는 우리 회사가 세계적인 TFT LCD업체로 도약하는 데 큰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캔두는 일단 본사를 한국에 두기로 했다. 기존 시설과 인력 운영을 현행대로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캔두의 최종적인 관심이 TFT LCD 기술과 인력·시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사업을 안정화한 후에 대만이나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하이닉스도 경영권 없는 합작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전인백 하이닉스 부사장은 “장기적으로는 1억7000만달러 규모의 부동산 및 시설물과 함께 19.9%의 합작사 지분까지 처분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유동성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임을 내비쳤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