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벤처스타>(64)SRC정보기술

 “디지털지도 응용시장을 국내로 한정하기엔 우리 꿈이 너무 큽니다. 우린 이제 미국으로 갑니다.”

 국내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업체로는 처음으로 최근 미국업체와 무선인터넷방식의 관광정보서비스를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에 합의한 SRC정보기술 김현기 사장(40)의 다부진 각오다.

 이 회사는 미국 SI업체인 블루코브와 이달안에 500만달러 규모의 조인트벤처를 샌디에이고에 설립하고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49%의 지분을 갖게 된다.

 내년 4월 시범서비스를 마치고 4500만 회원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관광회사인 트리플에이사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두 회사는 미국 트리플에이사 회원들에게 PDA를 제공하고 이에 실리는 전자지도를 제작해 관광을 위한 모든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모든 영업은 블루코브사에서 하고 일체의 개발 및 기술제공은 SRC가 맡도록 했다.

 이 계약건 하나만으로도 SRC는 그야말로 황금어장의 어선에 동참하는 어부가 된 셈이다. 트리플에이사가 향후 5년간 관광 관련 사업분야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까지만 해도 SRC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한국으로 건너온 김 사장 개인의 용역회사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일본에서 개발한 툴의 초기버전을 바탕으로 국내 엔지니어들을 모아 4년여간 연구개발을 위해 땀흘렸다. 지금까지 일본내 친구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그동안 투입한 개발비만도 30억원 정도.

 마침내 SRC는 지난해 자체기술로 2차원(2D)을 3차원(3D)으로 제작하는 차세대 전자지도를 만드는 저작도구인 ‘맵매치’와 전자지도를 자유자재로 확대·축소할 수 있는 ‘E맵’을 개발했다. 이전의 툴들은 2D 종이지도를 단순히 3D 지도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툴의 개발로 SRC는 인터넷을 통한 무선항법시스템 지원은 물론 일본의 전자지도 저작툴에 의존해온 국내 지도제작 기술수준을 한단계 이상 올려 놓았다.

 쟁쟁한 대기업들도 지난 수년간 수백억원을 투입해 해외기술을 사 왔지만 아직까지 실용화하지 못한 기술이어서 의미는 더욱 크다. 최근 대기업들과 다각도로 기술제공 등의 접촉요청을 받고 있는 것도 그 의미를 말해준다.

 그간의 노력은 올들어 SRC에 계속 낭보를 전해주고 있다. 지난 4월 한국통신 하이텔이 마케팅·영업을, SRC가 기술개발 일체를 맡는 조건으로 한국내에서 여행자 정보제공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부터 방한하는 일본인에게 PDA로 관광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통신전략펀드 1호 회사로 투자까지 받았다.

 김 사장은 미국시장 진출로 올해 38억원인 매출이 오는 2004년 400억원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IT경기침체라는 최근 분위기와 상관없이 SRC라는 과수원에서는 그동안 거름주기와 가지치기를 받은 나무에서 미국진출 나무의 결실이 익고 있다.

 포도를 따서 포도주로 만들어지기까지 5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으로 건너와 5년만에 세계최고의 전자지도 제작툴 상용화에 성공한 김 사장의 마인드는 포도농장 농부의 그것과도 일치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사장은 그러나 “아직도 프로그래머를 더 뽑아야 한다”며 기존 개발회사의 장점을 고수하면서 회사 키우기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문의 (02)836-4301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