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기술 매각 향배에 관심

 한국통신(대표 이상철)이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 지침에 따라 시스템통합(SI) 자회사인 한국통신기술(KTI)에 대한 매각입찰을 다시 추진키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 5월에 실시된 1차 입찰에서는 불투명한 사업전망과 한국통신기술측 노조의 반발로 인해 잠재 투자자들이 입찰 참여를 기피해 매각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과 매각 주간사인 굿모닝증권은 민영화 사업권 불투명성을 1차 입찰이 무산된 주요 요인으로 결론짓고 새로운 매각 조건으로 재입찰에 나서기로 했다.

 ◇변경된 매각조건=우리사주 지분(10%)을 제외한 90%의 지분을 완전 매각한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한국통신이 19% 지분을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또 노조 요청에 따라 우리사주를 15% 수준으로 늘림으로써 민간 매각물량은 66%로 낮아졌다.

 특히 민영화 이후 3년간 현행 자회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협력관계를 유지, 향후 3년간 총 975억원의 순매출 물량을 보장키로 했다. 초고속 무선LAN, 인터넷데이터센터(IDC), EDI, B2B, 사이버드림타운 등 신규 5개 사업 추진시 한국통신기술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조건도 포함된다. 민영화 후 회사 이름이나 로고도 3년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매각 주체측은 “통신부문 SI사업을 확대하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한국통신 시장에 신규진출을 원하는 업체가 한국통신기술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국내 20위권 SI업체들 중 3, 4군데가 회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큰둥한 SI업체 반응=변경된 매각조건도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SI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eKT’ 프로젝트 등 향후 한국통신이 발주할 신규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측 요청에 따라 우리사주를 15% 수준으로 늘리는 등 한국통신이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도 부담스럽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SI업계는 “최근 SI시장 침체로 기존 사업 부문도 정리해야할 판에 새로운 기업을 인수할 만한 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I사업 부문에 대한 최근 한국통신의 움직임으로 볼 때 2, 3년 후 한국통신기술을 인수하는 업체가 통신SI와 네트워크통합(NI) 부문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매각 주간사인 굿모닝증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측도 매각 금액보다는 연내 매각 방침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고 향후 한국통신기술을 인수하는 업체와 다각적인 사업협력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번 매각에 의외의 복병이 등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통신의 SI자회사인 한국통신기술은 자본금 193억원에 총 1170억원(지난해) 매출 규모로 국내 SI사업자 중 10∼12위권에 랭크돼 있으며 매각금액(예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대략 200억원대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