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온세통신 황기연 대표이사

 웃음의 이면에 쑥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시골아저씨. 지난 3월 온세통신 CEO 공채에 지원해 취임 6개월째를 맞고 있는 황기연 대표이사 사장의 첫인상이다.

 기간통신사업자인 온세통신 CEO로 취임했으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해왔던 그답게 첫인상이 매우 수수하다.

 국내 대부분의 기간통신사업자 대표이사들은 자신과 자신이 설정한 기업전략을 알리기 위해 오버할 정도로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기자가 보는 첫인상과 다르지 않게 직원들도 자상함과 순진함을 지녔으면서도 편안함을 주는 사장으로 그를 표현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이 그는 직원들을 첫째로 하는 경영철학을 취임 6개월 동안 제시해왔다.

 황 사장은 최근 팀장급 이상 직원에게 친필사인이 든 책을 한권 선물했다. 켄 블랜처드와 센든 보울즈가 함께 지은 ‘겅호(Gung Ho)’가 바로 그 책으로 이 책은 황 사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겅호는 인간과 기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팀워크의 지혜로 다람쥐, 비버, 기러기의 특별한 생존방식을 기업경영에 접목, 회사를 회생시켜 나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진 책이다.

 뚜렷한 비전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는 다람쥐의 정신과 목표 아래 각자의 역할을 찾아가는 비버의 방식, 동질체를 전제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기러기의 선물을 빚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게 겅호정신의 콘셉트다.

 ‘수익성 창출이나 흑자달성’이란 직접적인 말이나 거창한 구호보다 직원들에게 겅호정신을 불어넣음으로써 활력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황 사장의 의도가 담겨 있다.

 온세통신에 취임한 후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황 사장은 사람과 동질체라고 간단히 답한다.

 “취임한 후 회사를 살펴보니 여러 회사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돼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지 않았고 이에 통신시장 구조조정이란 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한계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갖도록 노력했고 그들이 온세라는 동질체 문화를 갖고 있음을 인식하게 했습니다.”

 취임 5개월간 실시한 구조조정에서도 사람에 대한 그의 철학은 드러난다.

 “회사의 구성요소인 사람, 시설, 자금, 영업, 기술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조조정입니다. 이에 따라 사람에 대해선 관리인원을 줄이고 불필요한 고정자산을 처분했을 뿐 별다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각 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쉽게 접근하는 인력감축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통신업에선 사람 자체가 설비기 때문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인원에 대해 손을 대는 것보다 고통을 분담해서 함께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이를 기반으로 인원은 그대로 두되 조직을 변경함으로써 1인당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성과는 있었습니다.”

 황 사장이 설명하는 성과와는 다를지 몰라도 온세통신은 지난 상반기 과당경쟁과 경기침체의 어려움 속에서도 흑자를 구현했다. 온세통신은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 54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5주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실현했다. 총매출액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53.8%가 늘어났다.

 사업부문별로는 국제전화부문에서 흑자폭이 확대됐고 초고속인터넷, 시외전화 등에서 초기투자비용이 절감됐다.

 온세통신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및 사업내실화는 곧바로 외자유치로 이어졌다. 전세계 IT산업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온세통신은 지난 5일 미국 인터넷통신사업자인 아티큘라와 자사 음성데이터통합(VoIP)사업 추진을 위해 오는 2003년까지 총 6000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황 사장은 “VoIP를 향후 핵심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든든한 재원을 확보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온세통신의 구조조정 성과 및 향후 가능성을 글로벌 통신사업자로부터 인정받은 것이 가장 중요한 결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의 경영에 대해서도 취임 초기와 달리 확신에 가득차 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 이상의 흑자를 실현해 120억원의 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전화 부문은 현재 15%의 시장점유율을 20%로 늘릴 계획이며 시외전화 부문은 연말까지 130만가입자를 확보해 자체적 이익실현이 가능토록 할 계획입니다. 초고속인터넷부문 역시 지역집중화 및 기간집중화 전략을 통해 연말까지 28만가입자를 확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미래사업 차원에서는 앞으로 니치마켓을 지향하는 사업전략 하에서 초고속인터넷, VoIP, ISP, IDC에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280만가입자를 확보중인 신비로를 5대 콘텐츠사업으로 전면 개편해 미래전략사업부문으로 육성하는 한편 신기술에 대해서는 벤처기업과 전략적 제휴나 합작형태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게 황 사장의 기본구상이다.

 구조조정과 미래사업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의 역할에 대한 의지 또한 명쾌하다.

 “공채 채용된 대표이사 사장으로서가 아닌 CEO로 근무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CEO 황기연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이 안되면 임기 3년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떠날 것입니다. 그 목표가 주가가 될 것인지, 회사의 이익이 될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온세호를 위한 좌표는 만들어놓을 생각입니다.”

 30년 동안 기업인의 길을 걸어왔지만 통신서비스시장에 첫 입문하면서 두려움과 함께 온세통신 사장직 공채에 응모했다는 황CEO,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그의 말에서는 이미 자신감과 원숙미가 물씬 묻어나오고 있었다.

 

 주요경력

 전주고 졸업(62년)

 전북대 상대 졸업(70년)

 경제기획원(70∼77년)

 율산실업(77∼8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80∼81년)

 동해펄프(81∼84년)

 일진그룹 기획조사실 담당이사(84년)

 덕산금속 대표(91년)

 일진그룹 금속부문장(94년)

 일진그룹 기획조정실장(95년)

 일진그룹 통신부문장 겸 기획조정실장(96년)

 일진전기공업 대표(97년)

 (주)일진 대표이사 겸 그룹 기조실장(98년)

 일진그룹 경영기획실 사장(2001년 2월)

 온세통신 대표이사 사장(현)

 

 ▲주요 포상

 다산기술상(92년)

 특허기술상(93년)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