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이 다하는 날까지 후학양성과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자원봉사를 통해 환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20년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섭렵하며 정년퇴임식을 갖고 명예교수로 위촉된 최덕인 전원장(65) . 플라즈마 연구분야의 국내 개척자이기도 한 최 전원장은 KAIST와의 인연을 쉽게 끊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로 인생의 황금기를 인력양성의 주춧돌로 삼았던 강단에 애착을 드러냈다.
“지금껏 해왔던 일들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여지껏 졸업 못한 박사학위 과정의 학생 지도에 우선 전력한 뒤 KAIST와 물리학회 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그때그때 판단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최 전원장은 플라즈마를 전공하는 제자가 끝내 못 미더워 올해 말에는 공동연구를 빌미로 방미해 텍사스 주립대에서 제자 지도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연구 현장의 경험과 감각을 제자에게 송두리째 전수, 교수로서의 마지막 열정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검소한 성격 그대로 최 전원장이 머물고 있는 KAIST 자연과학동 물리학과 연구실은 군데군데 못질해 패인 벽이 그대로 드러나는 초라한 방이지만 고고한 노교수의 여유로움과 정감이 한껏 묻어난다.
“무슨 전관예우입니까. 과학자에게 연구할 방을 배정해 준 것 자체에 더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아요.”
최 전원장은 지난 3년간 원장을 지내며 수개월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학사행정이 마비지경에 이르렀을 때를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일로 기억했다.
“KAIST를 아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과학도에 대한 애착이 곧 과학기술의 대중화라는 생각입니다.”
원장시절의 검소한 생활태도로 칭송을 듣던 최 전원장은 “KAIST에 플라즈마 연구그룹을 만드는 등 행융합과 반도체 공정 분야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점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며 “대학과 사회로부터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자원봉사를 통해 되돌려 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현재 KAIST는 강력한 리더십과 융화력이 탁월한 홍창선 원장이 제대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학제간 교류와 국제화의 방향이야말로 KAIST를 세계적인 제2의 MIT로 만들어가는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부터 시작된 기초물리학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 전원장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한국 과학기술과 KAIST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하다.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