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개발된 나노선(線) 가운데 가장 가늘고 집적도가 높은 나노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항공대 기능성분자계연구단 김광수 교수 연구팀은 유기나노튜브(organic nanotube)를 이용한 새로운 방법으로 직경 0.4㎚(1㎚=1000만분의 1㎝), 선간 거리 1.7㎚로 세계 최고수준의 초고집적 은(銀)나노선 배열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나노선은 지름이 수㎚에서 수십㎚ 되는 선처럼 원자들을 배열한 것으로 나노소자 및 도선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나노기술 분야의 가장 기본적이며 핵심이 되는 소재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나노선 다발은 선 사이의 거리가 1.7㎚에 불과해 지난해 미국에서 개발된 나노선 다발보다 200배 가량 집적도가 높다. 또 일본에서 만든 지름 1㎚짜리 나노선보다 훨씬 가늘고 유기 나노튜브에 둘러싸인 형태이기 때문에 초미세 나노회로의 연결 소자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일본에서 개발된 나노선의 경우 초고진공 상태에서 가는 나노선을 잡아 늘여 끊어지기 직전 단지 수초 동안만 나타났고 길이도 짧아 나노소자로서 실용성이 없었다.
연구팀은 생체내 에너지 전달 유기물질인 하이드로퀴논의 구조가 나노튜브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양자화학 계산을 바탕으로 컴퓨터 분자모델링 방법을 통해 기능성 유기 나노튜브를 설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튜브 안에서 사진이 인화되는 원리인 광화학반응을 이용해 질산은 용액을 환원시키는 방법으로 나노선 다발을 합성해 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선은 합성 과정이 매우 간단하고 일반적인 온도와 압력은 물론 수용액 안에서도 자신의 형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나노선을 둘러싼 유기 나노튜브가 절연체 역할을 한다는 장점을 가졌다. 특히 균일하게 배열된 나노선 다발이라는 구조의 특성상 아직 잘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1차원 공간의 양자현상 연구와 미세회로를 이용한 초고성능 컴퓨터,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미세소자 개발에 유용하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1㎚ 이하를 기록함으로써 나노선 소형화 및 고집적화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며 “순수 국내 연구진에 의한 결과로 우리나라 나노과학이 세계 최고수준임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10월 12일 권위있는 기초과학분야 학술지 가운데 하나인 미국 사이언스지의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며 이에 앞서 지난 6일 혁신적인 연구결과만을 속보로 싣는 ‘사이언스익스프레스(http://www.scienceexpress.org)’에 소개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