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백색가전 사업이 정보기술(IT)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전자산업 전반에 불황의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도 LG전자에서 백색가전을 담당하고 있는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DAC)는 올 상반기에도 높은 매출실적과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특히 15.5%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은 LG전자 전체 영업이익률 6.2%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백색가전 사업이 사실상 LG전자의 상반기 이익을 주도했음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가 회사의 ‘현금창출원(캐시 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 DA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쌍수 사장(57)은 “구자홍 부회장이 강조했듯 백색가전은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다. 김 사장은 “오는 2005년쯤이면 7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 월풀과 일렉트로룩스에 이은 세계 3대 가전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4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매출기준으로 현재 세계 6위권이다.
김 사장은 이같은 목표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지난해 여실히 보여줬다.
작년 한해 동안 전세계에 410만대의 에어컨을 판매, 마쓰시타를 제치고 마침내 가정용 에어컨 부문에서 세계 톱 메이커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내년에는 1000만대 이상의 전자레인지를 생산·판매해 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조만간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김 사장은 자심감을 나타냈다.
김 사장의 예상은 지금껏 빗나간 적이 거의 없다. 백색가전 사업에 있어서 만큼은 그래왔다.
예컨대 IMF 당시 대다수 국내 가전업체들은 백색가전을 사양사업으로 단정짓고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백색가전 사업의 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려 했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김 사장의 뜻에 따라 강력한 백색가전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97년 1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백색가전 수출이 98년에는 무려 40% 이상 성장한 1조6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99년과 2000년에도 두자리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성공 배경에는 김 사장이 지난 96년 남들보다 한발 앞서 도입한 새로운 품질관리 기법인 ‘6시그마’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6시그마란 고객만족을 위한 총체적인 경영혁신 사상입니다. 즉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해 통계적 기법을 응용해 무결점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로 6시그마는 100만개 중 3∼4개의 불량만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요즘 김 사장은 다가올 홈네트워크 시대에 대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찍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이동하면서 가전제품의 혁명이 이뤄졌듯이 네트워크화는 또 다른 가전제품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가전시장의 미래는 정보가전의 조기 활성화 여부에 달려있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디오스 냉장고를 시작으로 인터넷 에어컨, 인터넷 세탁기, 인터넷 전자레인지 등 인터넷 백색가전을 잇따라 선보이며 홈네트워크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중에는 LG 자체 독자표준인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를 적용한 리빙 네트워크 시스템을 선보여 각종 인터넷 정보가전 제품들이 별도의 배선없이 전기코드로 통신하는 홈네트워크를 구현할 계획이다.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백색가전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김 사장이 홈네트워크 시대에 대비해 또 하나의 승부처로 삼은 인터넷 백색가전 사업에서도 ‘대박’을 터뜨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