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어렵지만 미래는 밝다.’
최근 반도체 시장 분석기관들은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이 다시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미코리서치는 지난해 2044억달러이던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23.5%가 줄어든 1564억달러에 그치겠으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23.6%가 성장한 193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C인사이츠도 올해 마이너스26%로 지난 85년 17% 감소 이후 최악의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내년에 14% 정도 증가해 다시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IDC·데이터퀘스트 등 다른 시장조사기관들과 증권사들도 대체로 이 같은 전망에 동조한다. 그렇지만 시장조사기관마다 본격적인 반전 시점을 올해 말, 내년 상반기, 내년 말 등 천차만별로 다르게 잡고 있다.
또한 아직 시장을 전망하는 데 불투명한 요소가 많음을 내비쳤다. 일단 최악인 올해보다는 내년에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낙관론만이 확고한 셈이다. PC산업의 미래를 긍정하는 쪽은 조기 경기회복론을, 부정론자들은 경기회복 지연론을 펴고 있다.
짐 펠드한 세미코리서치 회장은 “PC산업은 아직 죽지 않았으며 CPU업체들의 가격인하로 PC 수요가 올 하반기 중 되살아나기 시작해 내년 2분기엔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회복이 빠른 제품은 완제품 수요와 밀접한 마이크로프로세서·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 시스템IC가 될 전망이다. 또 반도체 제품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큰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PC 수요의 증가와 다른 신규 응용시장의 등장으로 내년에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그렇지만 예년의 호황기과 비교해 성장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세미코리서치는 지난해 615억달러에 달한 로직IC가 508억달러로 17.5% 줄어들지만 내년에는 668억달러로 31.5%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306억달러로 지난해 492억달러보다 37.9%가 줄어들지만 내년에는 342억달러로 11.9%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산업계의 관심은 D램 시장의 회복시점이다.
현재 D램 가격은 바닥권에 도달해 반전이 임박했다. 그렇지만 공급과잉인 데다 경쟁이 심한 PC업체들의 공급가 인하 요구가 여전하다. D램업체들의 적자판매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께부터 펜티엄4 PC용 수요를 중심으로 수요가 되살아나 가격도 오르고 적자폭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바람이 거세게 불 경우 메모리 확장 붐을 낳아 D램 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다. 그래도 본격적인 회복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내년은 그렇다 치고 내후년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투자를 동결한 대부분의 업체가 내년에 시황이 좋아질 경우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300㎜ 웨이퍼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2003년이나 2004년 초에 또 한 번 공급과잉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다가올 호황기도 그렇겠지만 이때의 불황폭도 올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소자업체들의 극심한 투자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장비업체들은 내년 중 다시 호황기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300㎜ 웨이퍼와 초미세 회로섬폭 공정을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출하량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패키징 및 검사장비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