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산업 기반 붕괴 우려

 이제 막 도약하려던 국내 2차전지업계가 일본·중국의 협공으로 자칫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빛증권은 최근 국내 대기업 및 벤처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2차전지산업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국내 2차전지업계는 지금까지 국내 시장 및 세계 시장을 석권해온 일본 업체의 견제와 신흥 2차전지 생산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단지 세계 시장 규모가 크다는 장밋빛 전망아래 이 사업에 뛰어든 국내 2차전지업계의 주의가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휴대폰 등 휴대형 정보통신기기의 핵심 전원으로 채택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산요·소니·MBI·도시바·NEC·GSMT 등 일본 업체가 전세계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 일본 업체는 한국 등 잠재적 경쟁상대를 견제하기 위해 설비 증설을 통한 물량 공세와 더불어 가격을 매년 30∼50%씩 인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97년 개당 8400원 정도였던 리튬이온전지 가격은 지난해 6300원으로, 올해 현재는 3400원 정도에 형성되고 있다. 리튬폴리머전지의 경우 지난 97년 개당 2만3500원에서 지난해는 9400원, 올해는 5000원선 미만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업체를 견제하려는 일본 업체의 움직임과 더불어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는 국내 전지업계의 존립기반마저 와해시킬 정도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대리점을 개설한 BYD·B&K·역신전지 등 중국 3대 리튬이온전지업체들은 국내 2차전지업계의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개당 2000원선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BYD는 이미 휴텔에 1만개 정도의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했으며 최근에 삼성전자·LG전자·현대큐리텔·세원텔레콤 등으로부터 품질 승인을 얻어 샘플 공급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국내 2차전지 시장의 노른자위가 중국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휴대폰업체가 전략 시장으로 선정,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 휴대폰 시장의 경우 중국산 2차전지를 채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됨으로써 국내 휴대폰업체의 중국산 전지 채택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같은 일본·중국의 협공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2차전지업체들은 외국 대기업 휴대폰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장기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며 노트북PC·PDA·디지털캠코더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차세대 2차전지의 조기 개발에 착수, 시장을 선점하는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