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통합 국내 파장](3)대규모 `감원 태풍` 예고

 글로벌업체간 합병은 본사끼리 통합절차를 밟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본사간 통합은 사전에 의견교환이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지사들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합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합병효과가 감쇄될 가능성도 높다.

 더구나 한국HP와 컴팩코리아처럼 사업규모가 큰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욱 크다. 통합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합병을 하지 않느니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양사 조직구성과 규모=한국HP는 크게 기업용 컴퓨팅제품을 판매하는 기업고객영업본부(BCO)와 소비자용 제품을 담당하는 소비자고객영업본부(CBO)로 나뉘며 컨설팅 및 서비스는 HP서비스(HPS)가 책임지고 있다. 이밖에 관리조직으로는 인사관리를 맡는 HR, 재정부문의 FA 등이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직원은 임시직을 포함해 1100명을 넘고 있다.

 컴팩코리아는 한국HP보다는 적은 670명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크게 비즈니스그룹, 대고객사업그룹, 지원그룹 등 세가지로 나뉘어 있다.

 비즈니스그룹은 엔터프라이즈컴퓨팅그룹(서버·스토리지·워크스테이션), 액세스비즈니스그룹(데스크톱·노트북PC·PDA·빔프로젝터), e코리아(벤처지원프로그램)로 구성돼 있으며 대고객사업그룹은 솔루션 및 SI사업을 책임지는 프로페셔널서비스부와 영업 및 고객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들을 포함한다.

 ◇조직 통합의 초점=두 회사 통합에서 가장 초점이 되는 부분은 중복되는 사업조직과 잉여인력의 처리문제다.

 두 회사 모두 아직 본사나 아태본부에서 이렇다할 방침을 전달받지 않아 조직 통합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리지만 일부 조직의 축소 및 통폐합 등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직통합 방향을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HP가 컴팩을 인수하는 것인 만큼 기존 한국HP 조직에 맞춰 컴팩코리아의 조직을 흡수하는 형태이며 다른 하나는 그동안 양사의 강세 분야가 달랐던 점을 감안해 상호 조직을 절충, 전혀 새로운 형태로 통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 방향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인력 부분이다. 두 회사의 통합이 어떠한 식으로 진행되든간에 대규모 감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합병 발표 이후 본사 차원에서 1만5000명 정도의 감원 계획이 나왔기에 이같은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국내의 경우도 합병사 규모를 감원하더라도 1700명이 넘는 인원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또 컴팩코리아가 올들어 본사 차원에서 감원안이 나왔지만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감원을 대신했기에 이번 통합과정에서 인력조정은 심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과정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합병사의 국내 지사장을 누가 맡는가다.

 일단 HP의 수장 칼리 피오리나가 합병사의 CEO를 맡고 컴팩의 CEO 마이클 카펠러스가 사장직을 수행하기로 한 점과 인수 주체인 한국HP의 기업문화에 정통한 인사가 기업경영에 유리하다는 것을 놓고 볼 때는 한국HP 최준근 사장의 발탁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97년 미국 컴팩컴퓨터의 탠덤컴퓨터 인수에 따른 컴팩코리아(당시 한국컴팩)와 한국탠덤간 합병에서도 당시 한국탠덤 사장이었던 강성욱 현 컴팩코리아 사장이 대표로 선임된 만큼 강 사장의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외부 인사를 비롯한 제 3의 인물 영입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 한국HP와 컴팩코리아는 양사 통합과 관련해서 어떠한 교류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 통합이 어떤식으로 이뤄지던 감원으로 인한 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자사 이기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시너지 효과 창출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