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가 인터넷 및 영상산업의 꽃으로 인식되면서 콘텐츠 제공업체가 늘고 종류도 다양해지는 등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인터넷 콘텐츠와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 등을 포함한 공급업체는 무려 1만개에 달한다.
이처럼 양적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는 데 비해 콘텐츠의 품질이나 산업적인 제반여건 등은 아직까지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실정이다. 수준높은 콘텐츠 육성과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수적이지만 우수한 콘텐츠를 개발·유통시킬 수 있는 기본 인프라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준높은 콘텐츠 개발과 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 유료화를 통해 개발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고 연구개발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료 콘텐츠 과금을 정확하게 처리하고 다양한 요금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빌링시스템의 개발이 절대적이다.
빌링시스템은 인터넷콘텐츠산업이 활성화하기 훨씬 이전인 3∼4년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최근의 유료화 열풍에 힘입어 수요처가 늘고 시장규모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빌링은 이용자에게 제공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련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로그파일을 분석해 해당요금을 계산해 주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유료콘텐츠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월정액이나 일정액, 건별 과금 등 비교적 단순한 프로세스만으로도 빌링시스템으로서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일·졸업·휴가·명절·월드컵 등 특정 시즌이나 특별 행사기간에 특정 콘텐츠의 이용료를 할인해 주는 다양한 이벤트 과금방식 등의 지원이 필수적인 기술적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표준 TCP·IP 프로토콜과 웹 전송 표준 HTTP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콘텐츠 빌링은 과금의 대상인 콘텐츠의 발전에 따라 함께 고도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유선인터넷을 넘어 무선데이터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브루·KVM·GVM 등 버추얼머신 기반의 무선콘텐츠 빌링시스템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콘텐츠 빌링시스템 시장은 중소 전문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 등도 시장에 발을 담그는 등 30여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퓨쳐테크·빌테크놀로지·티비소프트·애드빌소프트 등이 선두업체로 솔루션 공급에서 온라인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까지 함께 제공중이다.
이들은 정부의 무선인터넷망에 대한 완전개방 방침에 따라 무선인터넷뿐만 아니라 IMT2000까지 지원이 가능한 콘텐츠 빌링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빌링업체는 유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선빌링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상용화를 통해 검증받은 사례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 무선빌링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거나 상용화한 기업은 LG텔레콤에 자바서비스 빌링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퓨쳐테크·애드빌소프트·티비소프트 등에 그치고 있다.
초기 콘텐츠 빌링 솔루션은 영세한 콘텐츠 업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점 때문에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빌링시스템을 제공하는 ASP모델의 출현으로 콘텐츠 비즈니스 자체뿐만 아니라 빌링시장 활성화까지 이끌어 내기도 했다. 고가의 솔루션 도입이 어려웠던 중소인터넷기업들의 빌링시스템 도입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초기투자비용의 절감으로 인해 수익면에서 커다란 혁신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현재 인터넷기업의 빌링솔루션과 ASP 도입비율은 3대 7 정도로 ASP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확산되고 빌링 솔루션 및 서비스 시장 진입업체가 늘어나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이 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제품의 고도화 및 안정화, 그리고 양질의 서비스 제공 등 이른바 품질경쟁보다 솔루션 가격 및 빌링 ASP 수수료 저가공세 등 과열경쟁으로 시장입지를 크게 흔드는 폐해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출혈 경쟁방지 및 상호협력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 공생을 위한 업계의 잇단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일부 빌링 솔루션 및 서비스 업체들은 국내 시장경쟁이 과열기미를 보이자 해외시장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수요가 만만치 않고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 등을 활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국내 빌링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원 퓨쳐테크 사장은 “콘텐츠와 이용자의 눈높이에 상응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빌링업계의 공생노력 및 해외시장 개척이 가시화된다면 콘텐츠 비즈니스의 활성화와 시장확대라는 업계가 지향하는 두 마리 토끼의 사냥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